“방학엔 자녀보다 자신에게 몰두하는 엄마 돼라”

입력 2018-12-25 19:33 수정 2018-12-25 21:31
‘나쁜 엄마 다이어리’의 저자 김지원(가운데)씨가 최근 두 자녀 김려현양, 강민군과 일본 후쿠오카 여행 중에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었다. 김씨는 지난 3월 태어난 막내 규민군을 업고 남편 없이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김지원 제공

엄마들이 아이들의 시간 계획을 짜느라 전전긍긍하는 겨울 방학이다. 신간 ‘나쁜 엄마 다이어리’(북레시피)를 펴낸 김지원(34)씨에게 25일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물었다. 책에는 자녀에게 헌신하는 좋은 엄마가 아니라 자신에게 몰두하는 ‘나쁜 엄마’가 되라는 조언이 담겨 있다. 사범대 졸업 후 교육학으로 석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초등 6학년 아들, 4학년 딸, 한 살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다.

그는 “아이 나이에 상관없이 도서관에 가는 걸 추천한다. 따분해하며 집에 가자고 졸라도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사주면서 도서관이 즐거운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저학년 때 이렇게 연습해두면 고학년 땐 혼자 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책을 읽다 온다. 책과 친한 아이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방학 때 엄마가 가장 편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저자가 도서관을 1순위로 권하는 것은 그가 책을 통해 삶의 위기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때 과도한 육아 스트레스로 부정맥과 자궁암을 앓았다. 진정한 삶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었고, 타인이 아닌 나의 바람대로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란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소프트웨어 교육 전문기관인 한빛소프트 협동조합 대표로 일한다.

그의 이런 가치관은 자녀를 키우는 데서도 드러난다. 그는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거의 시키지 않고, 아이들에게 추억이 될 가족여행에 많은 돈을 쓴다. 1년에 한 번씩은 아이들을 두고 혼자 ‘엄마 휴가’를 떠난다. 책에는 ‘좋은 엄마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행복한 엄마가 된 자신만의 방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교육과 살림 노하우도 소개된다.

그가 책을 쓴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잘하고 있는지 자기 검열을 하며 죄책감에 시달린다. 좋은 엄마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엄마들에게 행복한 엄마로서 자녀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내 삶에 대해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사실 그가 말하는 나쁜 엄마는 진짜 나쁜 엄마가 아니다. “자녀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통념을 거부하고, 먼저 나를 사랑해서 그 행복 에너지로 자녀를 사랑해주는 엄마”다. 엄마가 행복해야 자녀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녀에게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엄마는 언젠가 자녀를 향해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고 소리치고, 자녀는 십중팔구 “누가 그렇게 해 달라고 했어요”라고 답한단다. ‘나쁜 엄마 다이어리’에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쿨하게’ 자녀들을 키우는 한 여성의 경험담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