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최근 비무장지대(DMZ)를 잇는 456㎞ 길이의 ‘DMZ 통일을 여는 길’ 조성계획을 발표하자 교계도 ‘한국판 산티아고 길’이 생겨난다며 환영하고 있다.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이 길은 오래전부터 기도와 묵상을 위한 최적의 장소이자 평화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현장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제대로 포장이 안 돼 험한 도로와 산길을 가야 했다. 행안부의 계획대로 전 구간이 개통되면 안전한 길이 생긴다.
강원도 철원 국경선평화학교 대표 정지석 목사는 25일 “DMZ 근처에서 평화운동을 하는 목회자로서 매우 반가운 발표”라며 반겼다. 그는 두 차례나 DMZ를 따라 1000㎞ 가까운 거리를 걸었다. 정 목사는 “이 길은 걷고 묵상하고 기도하며 분단의 아픔을 느끼고 화해를 배울 수 있는 야외학교”라면서 “산티아고 길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고 했다. 그는 ‘평화의 꽃길’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 목사는 “이미 걸을 수 있는 길이 조성된 구간도 있는 만큼 기존 길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토목공사를 최소화하자”며 “생태계도 살리고 평화도 알리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DMZ 근처의 교회들도 순례자들의 쉼터로 교회를 개방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체질을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한희철 서울 정릉감리교회 목사도 “그 길을 걸으며 내가 평생 만났던 사람을 떠올리며 기도했고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소망했다”면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갈라진 국토를 한 땀씩 꿰맨다는 생각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난해 6월 강원도 고성에서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340㎞를 걸은 뒤 당시의 경험을 담아 ‘한 마리 벌레처럼 DMZ를 홀로 걷다’는 책을 펴냈다. 한 목사 또한 이 길이 상업적으로 퇴색되는 걸 우려했다. 그는 “행안부에서도 경제 가치를 앞세우며 평화와 통일을 꿈꾸자는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면서 “온 국민이 통일을 위해 마음을 모으는 화해와 화합의 공간으로 조성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교단 차원에서 DMZ 걷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기장 총회는 지난 9월 제주에서 열린 제103회 정기총회에서 평화공동체운동본부(회장 나핵집 목사)가 제안한 ‘평화 순례길 걷기 프로그램’을 결의했다. 나핵집 목사는 “교인들이 분단의 아픔이 남아 있는 그 길을 걷고 기도하면서 평화 통일을 꿈꾸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갈라진 국토 한 땀씩 꿰맨다는 생각으로 기도하며 걸어”
입력 2018-12-2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