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전날 제주도 근해에서 발생한 여객선 좌초 사고는 4년 전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승객과 선원 199명을 태우고 가던 선박에 구멍이 뚫려 바닷물이 들어찼다. 굉음과 함께 갑자기 배가 멈춰 섰다. 기상이 나빠 평소와 다른 항로로 운항하다 암초에 부딪힌 듯했고 선장은 해경에 구조를 요청했다. 오후 2시40분쯤 서귀포시 가파도 남동쪽 해상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로부터 약 1시간20분 뒤 승객 전원이 목적지였던 모슬포 운진항에 무사히 들어왔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며 모두 안전하게 귀가했다.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형 사고가 올해 쉼 없이 이어져온 상황에서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됐다. 그리 먼 바다가 아니라는 유리한 조건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선원과 승객, 해경이 사고에 대처한 방식이었다. 세월호 참사에서 그토록 우왕좌왕했던 긴급 대응 체계는 이번에 마치 약속된 훈련을 하는 것처럼 기민하게 작동했다.
선체 하부의 타기실이 침수되기 시작하자 선장은 승객들에게 “표류 중이니 구명조끼를 착용하라”는 안내방송부터 했다. 해경은 신고를 접수하고 함정 두 척과 특공대를 급파했다. 인근의 민간 선박을 즉각 현장에 보냈고 해군과 어선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해경 대원들은 곧바로 침수 여객선에 승선해 구명조끼 차림의 승객 195명을 대체 선박에 옮겨 태웠다. 승무원 4명은 승객이 모두 구조된 뒤에도 여객선에 남아 예인작업 등을 도왔다. 세월호를 겪은 한국인에게 해상 사고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것을 극복하는 길은 교훈을 얻어 재발을 막아내는 것뿐인데 이번 사고의 대처는 우리가 교훈을 잊지 않고 있음을 말해줬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년째인 올해도 한국은 여전히 안전한 사회라고 평가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대형 화재가 발생하고, 불이 나면 당연히 있어야 할 안전장치가 없어 사람이 죽는다. 달리는 시한폭탄처럼 열차가 탈선하고, 안전의 외주화에 애꿎은 비정규직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자괴감이 들 만큼 끊이지 않는 인재를 막아내는 길은 안전의식을 체질화하고 최선의 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가파도 여객선 사고가 그 가능성을 보여준 듯하다.
[사설] 제주서 좌초한 여객선, 세월호와 달랐던 대응
입력 2018-12-26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