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도와주십시오. 이번에 법 통과되지 않으면 우리 아들들이 또 죽습니다.”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24일 국회를 찾아 여야 대표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차례로 만났다. ‘위험 외주화’ 방지 방안을 담은 일명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처리를 간곡히 호소하는 자리였다. 목소리에 힘이 없고 말은 느렸지만, 주장은 명료했다.
검은색 패딩 차림의 김씨는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나라의 기업이면 시청이나 동사무소까지는 안 돼도 어느 기업보다 낫겠지 하며 보냈는데 너무나 열악했다”며 “내가 저런 데를 믿고 보내줬나. 조금이라도 더 애한테 관심을 두고 알았더라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억울하게 죽은 건 정부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나라에서 책임지고 기업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아드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법안을 개정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김씨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서는 “원청과 돈 있는 사람들, 권력 있는 사람만 살 수 있는 나라입니까. 우리는 살 수 없고, 비참하게 짓밟히고 마구 휘둘려도 됩니까. 우리도 인간입니다”며 여러 차례 울먹였다. “애가 죽으면서 나도 죽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김 위원장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런 말씀을 나누게 되어 더더욱 기가 막힌 상황인 것 같다”며 “깊은 위로의 말씀 드린다”고 했다. 이에 김씨는 “위로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이 사회가 바뀌어서 남아 있는 사람들 목숨을 지키는 것”이라며 법 통과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만난 김씨는 “우리도 따듯한 가슴을 가진 사람인데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나라가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국민 여러분도 그렇고 국회의원님들도 그렇고 우리 용균이를 다시 살려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는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숙였다.
김씨의 손을 잡고 포옹하며 위로한 여야 대표와 환노위원들은 한목소리로 산안법 처리를 약속했다.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는 정부가 제출한 산안법 전부 개정안을 두고 논의했다. 민주당 홍영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견이 좁혀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용노동소위는 원청의 책임 강화 등에 대해선 의견을 모았지만 세부 항목에 대한 이견으로 법안 의결을 26일로 미뤘다. 김씨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환노위 소회의장 주변에서 회의 결과를 기다렸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김용균씨 어머니의 눈물 “의원님, 이러면 우리 아들들 또 죽습니다”
입력 2018-12-24 18:52 수정 2018-12-24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