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외부수혈·여성약진, 금융권 CEO 인사 3대 키워드

입력 2018-12-24 19:20 수정 2018-12-24 21:29

금융권이 연말 ‘파격 인사’에 술렁이고 있다.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50대가 전면 배치됐다. 순혈주의가 무너지고 여성 인재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리딩금융지주’ 경쟁과 디지털 전환 흐름 속에서 금융권의 인사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격 인사의 포문을 연 건 신한금융그룹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진옥동 신한금융 부사장을 신한은행장에 내정하는 등 13개 자회사 가운데 7개사 CEO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인사 예정 시기(내년 2월)를 두 달 앞둔 위성호 현 신한은행장도 발표 두 시간 전에야 알았을 만큼 ‘깜짝 인사’였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기 전망이 어둡고 변화가 빠른 시대다 보니 세대교체로 힘을 뽑아 올려야 했다”며 “외부 수혈도 끊임없이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로 신한금융 CEO 평균 연령은 60세에서 57세로 낮아졌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는 2008년 오사카 지점장 등을 거친 ‘일본통’이다. 동양증권 출신인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내정자는 2012년 신한금융에 합류한 뒤 자산운용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정문국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는 지난 9월 신한금융이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사장이다. 왕미화 신한금융 WM사업부문장과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보 등 첫 여성 임원도 탄생했다.

이는 지난 19일 KB금융 인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그룹 최대 계열사인 KB증권의 신임 각자대표 후보로 박정림 KB증권 부사장과 김성현 KB증권 부사장을 선임했다. 박 부사장은 ‘증권업계 최초 여성 CEO’의 주인공이 됐다. 황수남 KB캐피탈 자동차금융본부 전무는 부사장 직급을 뛰어넘어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선임됐다.

주요 금융지주가 쇄신 카드를 꺼내든 건 리딩금융그룹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인사 관습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대교체’ ‘외부 수혈’ ‘여성 등용’ 등을 통해 조직에 자극을 주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인사로 업권 전체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인사 초기엔 조직이 술렁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트렌드는 점점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사를 앞둔 하나금융그룹도 쇄신과 안정 사이에서 어떤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KEB하나은행과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등 8개사 CEO 임기가 내년 3월 마무리된다. 거취의 초점은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함영주 하나은행장에 쏠려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함 행장이 연임될 것이라는 시각과 인사 쇄신을 위해 전면적인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3월 임기를 마친 CEO 8명 가운데 6명을 유임시킨 바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