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되는 ‘독불장군 트럼프’ … 이방카 등 가족과도 멀어져

입력 2018-12-24 19: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소통을 끊고 백악관 내 개인공간에서 언론 보도를 보고 트위터에 격한 언사를 쏟아내는 데 몰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인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충동적으로 잘라내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할 만한 제동장치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내년에는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대공세가 예고돼 있어 행정부 내 난맥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남짓 동안 사퇴하거나 해임된 백악관 및 행정부 고위인사는 40명에 달한다. 직전 행정부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행정부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다. 이 중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공보국장, 톰 프라이스 전 보건장관 등은 각 직위에서 역대 최단 재임 기록을 세우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들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를 겪다 낙마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반기를 든 대표적 인사들이다. 틸러슨 전 장관과 함께 경질된 스티브 골드스타인 전 국무부 차관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틸러슨 전 장관과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때로는 거침없이 직언해야 할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빈자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TV를 보다 발탁한 보수 성향 언론인과 방송인도 상당수다. 빌 샤인 백악관 공보국장은 친(親)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 사장 출신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정책을 주도하는 볼턴 보좌관은 폭스뉴스에서 해설가로 오래 활동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CNBC방송의 유명 경제 전문 앵커였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내년에 유엔 주재 미국대사로 영전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아침에 몇 시간 동안 폭스뉴스를 보는 바람에 첫 백악관 회의 시간이 오전 9시~9시30분에서 오전 11시로 늦춰졌다고 한다.

새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한 신뢰’를 받는 것도 아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자주 욕설이나 무례한 농담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커들로 위원장이 심장병을 치료하고 복귀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입각한 지 6주밖에 안된 사람이 심장병에 걸려도 되느냐”는 농담을 했다. 또 회의 중 참모들에게 “정말 멍청하다”고 소리를 지르는 식으로 짜증을 자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딸 이방카 보좌관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고문 등 가족들로부터도 소외되고 오랜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해 백악관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 사고를 뒷수습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와 잇따라 통화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해임설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의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백악관은 연방정부 셧다운 원인이 된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갈등과 관련해 절충안을 제시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겸 예산국장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대안을 제시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는 50억 달러를 요구하던 입장에서 물러났다. 민주당도 기존의 13억 달러에서 올려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