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시급 산정의 기준이 ‘209시간’에서 멈췄다. 정부는 첨예한 노사 대립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았다.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해 최저임금 기준에 맞는지를 볼 때 기반이 되는 월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결정했다. 실제 근로시간인 174시간으로 해 달라는 재계와 243시간을 원하는 노동계 주장을 절충한 것이다. 대신 법이 아닌 노사 합의사항인 ‘약정휴일’에 따른 수당·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식에서 빼기로 했다. 재계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소지를 줄였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으로 인정되는 정기상여금·복리후생비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최저임금 위반 우려에도 ‘최대 6개월’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다만 이 기간에 임금체계를 개편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했다. 전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가진 ‘녹실(綠室) 간담회’부터 거듭된 장고 끝에 정부는 ‘재입법’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수정안을 마련해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키로 했다. 시행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수정안은 ‘약정휴일 수당’을 최저임금 계산에서 배제키로 했다. 약정휴일 수당이란 기업이 노사 합의로 일하지 않는 토요일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고 주는 수당이다. 기업에 따라 매월 최대 34시간을 더 일한 것으로 쳐 수당을 지급한다. 당초 정부는 약정휴일 수당까지 포함해 최저임금 산정 시 최대 243시간을 기준으로 설정해 시행령을 개정하려고 했다. 여기에서 한 발 물러난 대신 실제 근로시간(174시간)에다 일요일에 적용하는 법정 주휴일의 근로시간(35시간)을 더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현행 최저임금의 시급 계산에 쓰이는 209시간이 도출된다.
정부의 선택은 ‘인건비 부담 급증’을 우려한 재계의 요구를 절반 정도만 들어준 셈이다. 재계는 법정 근로시간이 주40시간이라는 점을 근거로 실제 근로시간으로 기본급을 나눠 최저임금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렇게 하면 내년 최저임금(시급 8350원)은 월급 기준 145만2900원이다. 209시간을 기준으로 삼는 정부 발표(174만5150원)보다 기준치가 낮아져 기업이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재계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건 아니다. 약정휴일 수당·시간이 최저임금 계산에서 빠지며 이를 지급하지 않아도 최저임금법 위반이나 임금 체불에 걸리지 않게 된다. 노조 입장에선 손해인 부분이다.
또한 내년부터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정기상여금(월 지급액의 75%)과 복리후생비(월 지급액의 93%) 때문에 부득이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기업의 경우 3개월간 유예를 준다. 임금체계를 개편하려면 단체협약 개정이 필요한 경우 3개월 더 추가해 준다.
유예기간을 주는 건 정기상여금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월 단위로 주는 임금을 기본으로 삼는데, 일부 기업은 수개월 단위로 정기상여금을 지급한다. 월 단위로 주려면 임금체계를 개편할 시간이 필요하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최저임금 속도조절 ‘209시간’에서 멈췄다
입력 2018-12-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