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권 맴맴… 농구판 ‘서울 형제’ 동병상련

입력 2018-12-24 19:03
프로농구 명가인 서울 SK와 서울 삼성이 올 시즌 나란히 부진의 늪에 빠지며 명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 SK의 대표적 외국인선수인 애런 헤인즈(왼쪽)가 지난 12일 원주 DB 프로미와의 경기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삼성 문태영(가운데)이 지난 11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터뜨리는 모습. 뉴시스

프로축구 K리그에 전통의 라이벌 FC 서울과 수원 삼성이 맞붙는 ‘슈퍼매치’가 있다면 한국프로농구(KBL)에는 재계 라이벌이자 연세대 선후배 출신 스타감독들이 버티는 서울 SK(감독 문경은)와 서울 삼성(감독 이상민)의 ‘S-더비’가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 중위권 다툼을 하던 이들 두 팀이 나란히 부진에 빠지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SK(9승 16패)와 삼성(6승 20패)은 시즌의 거의 절반을 치른 24일 현재 9위와 꼴찌인 10위에 올라 있다. SK와 삼성은 23일 열린 2018-2019 KBL 정규시즌 경기에서 각각 창원 LG와 전주 KCC에 패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 SK의 추락은 충격적이다. 시즌 초 애런 헤인즈의 부상 공백은 대체 외국인선수으로 출전한 리온 윌리엄스(원주 DB)가 메웠다. 하지만 개막 직전 최준용, 시즌 중 안영준이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겹쳤다. 두 선수는 SK 포워드 농구의 핵심이다.

긴 재활 뒤 돌아온 헤인즈도 제몫을 하지 못했다. 헤인즈는 11경기에 출전해 17.3득점 9.8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야투율도 39.7%에 불과했다.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 중 하나로 불리는 그의 명성에 비하면 크게 부족한 수치다. 지난달 29일 오데리언 바셋(평균 15.1득점)을 보내고 영입한 단신 외국인 선수 마커스 쏜튼은 더 실망스럽다. 쏜튼은 7경기에서 10.7득점 1.7리바운드 1.6어시스트에 그쳤다. 야투율은 27.5%로 저조하다.

지난 시즌 현역 최고 외국인 선수 라건아(울산 현대모비스)를 데리고 있던 삼성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고민했다. 개막전 용병 벤 음발라와 글랜 코지가 모두 퇴출됐다. 가드 이관희가 국내 선수 평균 득점 4위(14.5점)로 분전 중이나 주전 포인트가드 김태술마저 13일 경기 이후 갈비뼈 부상으로 빠졌다.

삼성은 매 경기 접전에서 약하다. 올 시즌 6점차 이내로 마친 10경기에서 2승 8패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막판 역전당한 9일 LG전 뒤 “어떻게 졌는지도 모르겠다. 황당하게 패했다”고 아쉬워했다.

두 팀 모두 반등 요소는 있다. SK는 이미 최준용이 복귀해 23일 LG전에서 14득점 11리바운드로 건재를 과시했고 빠르면 28일 부산 KT전에 안영준이 복귀할 예정이다. 다시 부상으로 4주간 빠진 헤인즈 대신 뛸 듀안 섬머스는 첫 두 경기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은 음발라의 대체 선수인 유진 펠프스가 13경기 평균 27.2득점으로 제임스 메이스(27.1득점)를 제치고 득점 선두에 올랐다. 베테랑 포워드 김동욱도 한 달이 넘는 결장 끝 지난 23일 복귀해 8분여를 뛰었다.

성탄절인 25일 S-더비가 열린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라이벌전 승리의 의미는 값지다. 벼랑 끝에 몰린 두 팀 중 어느 팀이 승리하며 반전의 기틀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