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매티스(사진) 국방장관을 내쫓으면서 마지막까지 옹졸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을 비판했던 매티스 장관의 사임 서한 내용을 뒤늦게 안 데다 미국 언론의 ‘매티스 띄우기’에 화가 나 퇴임 시기를 두 달 앞당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 글을 통해 “매우 뛰어난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부장관이 내년 1월 1일부터 국방부 장관대행을 맡는다는 것을 알리게 돼 기쁘다”면서 “그는 훌륭히 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의 퇴임 시기와 관련해 나흘 만에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에 반발해 지난 20일 사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매티스 장관이 내년 2월 말에 물러난다”면서 “그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둘러싼 코미디 같은 뒷얘기를 전했다. 매티스 장관이 백악관을 방문해 사임 서한을 전달한 뒤 두 시간도 안 돼 트럼프 대통령이 감사의 트위터 글을 올렸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호적인 트위터 글을 올렸던 것은 사임 서한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공개한 사임 서한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매티스 장관은 서한에서 “미국은 동맹국에 대한 존중 없이 우리의 이익을 보호할 수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일방주의를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보도를 통해 서한 내용을 안 뒤 격분했다고 한다. 게다가 TV에 나온 안보전문가들이 매티스의 용감함을 격찬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분을 참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이 휴일임에도 트위터를 통해 서둘러 매티스의 연말 교체를 발표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에게 직접 알리지 않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조기 퇴임 결정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엔 “오바마 대통령이 매티스를 불명예스럽게 (사령관직에서) 해임했을 때 나는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매티스는 내년 2월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 참석해 러시아 공격에 대비한 새로운 합의를 마무리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임 국방부 장관대행으로 지명된 섀너핸은 세계 최대 항공업체인 보잉사에서 30년 동안 근무하며 수석부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경영학 석사(MBA)를 받은 항공분야 엔지니어이자 기업인 출신이다.
섀너핸의 기용에는 예비역 장성에 실망한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를 민간 전문가에게 맡겨 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지난해 7월 부장관으로 임명된 그는 보잉사 출신답게 트럼프 대통령의 ‘우주군’ 창설 추진에 적극적이다. 육·해·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어 ‘제6군’인 우주군 창설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섀너핸 지명으로 보잉사의 영향력이 커져 ‘보잉이 펜타곤(미 국방부)을 접수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향후 몇 주 안에 철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군대가 집으로 돌아온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CNN방송 등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철군에 반대하며 사임하는 매티스 장관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매티스 편지에 폭발한 트럼프, 두달 일찍 내쳐… 대행에 섀너핸
입력 2018-12-24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