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석 대신 공유오피스… 혁신기업 배우는 지자체들

입력 2018-12-24 20:52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을 따라하는 ‘카피캣(copycat·모방자)’을 자임하고 나섰다. 생산성을 중시하는 기업들의 장점을 살리고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자치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지자체의 기업 모방은 주로 사무 공간 배치와 인사 등에서 두드러지는 추세다.

충북 청주시는 “내년 2월부터 본관 3층의 기획행정실장실과 정책기획과, 도시재생기획단, 행정지원과까지 4개 사무실을 통합해 ‘좌석공유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9급 주무관부터 3급 기획행정실장까지 직급 구분 없이 출근하는 대로 근무 좌석을 자유롭게 선택해 일하게 된다. 서열을 중시하는 딱딱한 공직사회에서 직급별 ‘지정좌석’을 폐지하는 파격적 시도다. 시는 각 과의 벽과 칸막이를 제거하는 등 공간혁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시는 내년 좌석공유제가 시행되면 원활한 의사소통과 함께 창의적 행정력이 높아지고 수평적 의사결정이 확대돼 업무능률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공간혁신 성과에 따라 향후 건립하는 새 시청사에도 이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시의 공간혁신은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은 사무공간을 공유좌석제로 전환해 스탠딩 데스크와 라커룸, 휴게실, 프로젝트 존, 협업 존, 회의실, 소통 존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SK그룹은 몇몇 사옥을 ‘공유오피스’ 형태로 전환했다.

대구시는 지난달 말 전국 최초로 인사 참여 ‘직원배심원단’ 회의를 개최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실현을 위한 제도로 하위 직원들이 단체장의 고유권한인 인사정책 수립에 참여하는 것이다.

직원배심원단은 기피 부서와 선호 부서 인사 등에 앞서 직원 의견수렴과 설문조사를 토대로 사전 공개검증 심사를 거쳐 인사위가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격무 부서는 꺼려하고 인사우대가 예상되는 부서에는 지원자가 몰리는 공직 풍토를 감안해 해당 부서 근무자를 직원들이 스스로 정하는 방식이다. 동료 공직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이 제도는 기업들의 다면평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인사혁신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광주 북구와 충남 천안시는 내년 1월부터 ‘협업 포인트제’ 운영에 들어간다. 각 부서와 직원 간 소통의 폭을 넓혀 공감행정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1인당 매월 초 200포인트씩 자동 배정받아 같은 부서원이 아닌 협업 상대방에게 1회 10포인트, 최대 20포인트까지 지급할 수 있다.

향후 태스크포스(TF)팀 활동과 구정 연구모임, 공모사업, 규제개혁·제도개선 과제제출 등에도 특별 협업 포인트를 부여할 예정이다. 북구와 천안시는 월별 협업 포인트 실적을 합산해 우수 부서와 우수 직원을 포상할 계획이다. 문인 광주 북구청장은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적 장점을 녹여내 행정조직에 접목하면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모방을 뛰어넘은 창조적 자세로 조직문화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국종합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