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민족의 아픔 아는 통일시대 리더 기른다

입력 2018-12-25 00:00
새에덴교회 청소년리더십스쿨 학생들이 지난 21일 러시아 우수리스크 미르교회에서 열린 고려인 위문공연 때 부채춤을 선보이고 있다.
최재형 선생 고택을 방문한 나병록 안수집사, 나주현양, 이현지 집사, 이태영양, 유경희 집사, 조민서양(오른쪽부터).
우수리스크는 서울에서 동북쪽으로 803㎞ 떨어진 러시아 연해주 소도시다. 독립운동가 이상설 의사 기념비와 최재형 선생 고택 등이 있는 유서 깊은 항일운동의 무대다. 지난 19~22일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 청소년리더십스쿨 소속 중학생 28명은 교사 6명과 함께 블라디보스토크 크라스키노 우수리스크 등에 산재된 안중근 의사 단지동맹비, 발해 평지성터, 연해주의 대표적 항일독립 운동가이자 독립군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최 선생의 활동지 등을 둘러봤다.

최 선생 고택은 선생이 1919년부터 20년 4월까지 일본 헌병대에 의해 학살되기 전까지 거주했던 곳이다. 최근 개관한 고택은 한인의 러시아 정착과 의병활동, 동의회 조직, 하얼빈 의거 등의 역사를 사진과 영상자료로 소개하고 있다.

이태영(16)양은 “최 선생이 거주했던 고택에서 연해주 한인의 강제 이주 역사를 보니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이 절로 느껴졌다”면서 “내년 리더십스쿨에 후배들이 지원한다면 자신을 새롭게 바꾸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조민서(15)양도 “교회를 통해 역사를 볼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면서 “꼭 성공해서 최 선생처럼 민족을 위해 희생하는 리더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교회는 2007년부터 매년 중학생 30여명을 선발해 12~16주 과정의 리더십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원자는 자기소개서와 담당 목회자 추천서, 예배·수련회 참석 확인서 성경공부 수료증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병환(48) 중등1부 부장은 “심층면접 후 최종 수강생을 선발하는데, 목회자·장로 자녀들도 심사에서 탈락할 정도로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이번엔 인솔 교사 3명의 자녀들이 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리더십스쿨에 합격하면서 부모와 함께하는 특권을 누렸다.

리더십스쿨 부장인 나병록(44) 안수집사는 “지난 몇 년 간 상하이 하얼빈 등을 방문해 중국 내 항일투쟁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딸에게 역사현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올해 딸이 리더십스쿨에 합격해 그 소망이 이뤄졌다”고 웃었다. 나 집사의 딸 주현(15)양은 “독립운동의 생생한 현장을 보며 독립을 위한 선조들의 희생정신, 나라를 빼앗겼던 슬픔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학교에서 하는 체험학습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휴가를 내고 교사로 동참한 이현지(46·여) 집사는 “교회가 앞장서 다음세대에 민족·역사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줘 감사하다”면서 “결국 나라와 민족, 교회생태계 보호를 위한 목회자의 마인드가 성도들을 깨우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3년째 리더십스쿨 교사로 봉사하는 유경희(44·여) 집사는 “민족의 아픔을 품는 통일시대의 리더는 이런 현장에서 길러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21일 우수리스크 미르교회에서 위문공연을 했다. 125㎡(38평) 예배당에 모인 150여명의 고려인과 러시아인은 학생들이 준비한 부채춤과 태권도 시범 등을 관람했다.

고려인 간라리사(92·여)씨는 “강제 이주했던 카자흐스탄에 살다가 1956년 이곳에 왔다”면서 “학생들이 아리랑을 부르는데 옛 생각이 나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우수리스크=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