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량 결함 은폐·늑장 리콜 BMW 비싼 대가 치러야

입력 2018-12-25 04:02
독일 수입차 BMW 화재 원인을 조사해 온 민관 합동조사단이 24일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냉각기)에 균열이 생겨 흘러나온 냉각수가 엔진오일 등과 섞여 EGR 쿨러와 흡기다기관에 엉겨붙어 있다가 고온의 배기가스가 유입되면서 과열·발화돼 화재로 이어졌다고 결론 내렸다. BMW가 기존에 발표한 EGR 균열에 따른 냉각수 누수에서 더 나아가 EGR 용량 부족 등 차량 설계 결함을 화재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사단은 특히 BMW가 차량 결함을 은폐·축소하고 늑장 리콜을 했다고 주장했다. BMW가 지난 7월 EGR 결함과 화재 간 상관관계를 인지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BMW는 이미 2015년 10월 독일 본사에 EGR 쿨러 균열 문제 해결을 위한 TF를 구성했고 이듬해 11월에는 흡기다기관 클레임 TF를 구성, 문제가 있는 엔진에 대한 설계변경에 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BMW는 지난 7월 520d 등 차량 10만6000여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하면서 같은 문제가 있는 EGR을 사용하는 일부 차량을 제외시켰다. 조사단이 해명을 요구한 뒤인 9월에야 118d 등 6만5000여대에 대해 추가 리콜을 실시했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기업이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차량 결함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외면했다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BMW에 대해 형사고발, 과징금, 추가 리콜 조치 등에 나서겠다고 했다. 당연한 결정이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생명을 담보로 잡은 늑장 리콜인데도 과징금이 고작 112억원이다. 결함 은폐·축소 및 늑장 리콜이 수사를 통해 확정되더라도 형사처벌 수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다. 이러니 소비자를 속이는 게 그래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과징금 규모를 대폭 높여야 한다. 고의로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손해배상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법 개정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각성해야 한다. 차량 화재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는데도 올해(1~11월) BMW 차량 판매 대수는 수입차 가운데 2위였다. 이래 갖고는 ‘봉’이 되는 걸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