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더 재밌게 볼 순 없을까. 이야기 속 풍자를 찾아보는 건 극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블랙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부터 사회 문제를 환기하는 장면을 살짝 묻혀놓은 극까지 다채롭다.
JTBC는 ‘품위있는 그녀’(2017) ‘미스티’(2018) 등 풍자극을 내놓으며 치열한 드라마 경쟁 속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SKY 캐슬’은 그중 가장 강렬한 블랙코미디라 할 만하다. 고질적 사회 문제인 사교육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드라마는 입시와 그 이면에 깔린 부모의 ‘욕망’을 추적한다. 최상층이 모여 사는 SKY 캐슬 엄마들에게 입시는 계층 유지의 주요 수단이다. 그래서 이들은 서울대 학종(학생부종합전형) 포트폴리오를 얻고, 최고 입시 코디네이터의 선택을 받기 위해 ‘목숨’을 건다. 욕망의 끝이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는 주제까지 우회적으로 담아낸다. 극 초반 아들과의 갈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명주(김정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허위에 찬 이들의 모습을 보는 우리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SKY 캐슬이 실은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시청률 상승세도 가파르다. 1.7%(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10%가량 훌쩍 뛰어 약 한 달 만에 11.3%를 기록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명작’으로 불린 드라마는 대부분 사회적 함의를 품고 있었다”며 “사회적인 사건을 이야기에 녹이는 건 시청자들과 거리감을 좁히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방영 중인 다른 드라마들도 모두 시의성 있는 이야기를 하나씩 녹여내고 있다. ‘붉은 달, 푸른 해’(MBC)는 연쇄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형식을 취하지만 ‘아동학대’라는 사회의 아픈 그림자를 꼬집는 데 방점이 있다. 로맨스도 예외는 아니다. ‘남자친구’(tvN)는 정치권과 태경그룹 회장 김화진(차화연)의 정경유착이 주인공의 사랑에 굴곡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웹툰을 리메이크한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JTBC)는 각색과정에서 풍자적 요소를 추가한 경우다. 주인공 길오솔(김유정)의 아빠 길공태(김원해)를 구청 소속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으로 설정했다. 부당해고를 당한 길공태가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을 로맨스 사이에 살짝 묻혀낸 걸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장면은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환경미화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땐뽀걸즈’(KBS2)는 경남 거제의 18살 소녀들이 댄스스포츠를 통해 결핍을 극복해 나가는 성장드라마지만, 침체한 조선업계의 현실이 짙게 배어있다. 조선회사 용접공이자 주인공 김시은(박세완)의 엄마인 박미영(김선영)은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하고, 사측과 힘겨운 대립을 한다. 곳곳에 삽입된 장면은 휘청이는 지역 현실과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담담하게 전한다.
김교석 TV칼럼니스트는 “블랙코미디는 해외드라마들에서도 두드러진 경향”이라며 “드라마가 다루는 소재에 대한 사회적 용인의 폭이 넓어졌고,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 풍자를 활용한 극은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사교육·정경유착·비정규직… 우리 시대의 아픔을 품는 드라마들
입력 2018-12-24 19:19 수정 2018-12-24 2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