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숭생숭한 연말연시, 뮤지컬 한 편의 여유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 가짓수부터 풍성하다. 어린이에서 중장년층까지 전 연령대 관객이 즐길 만한 작품들이 폭넓게 마련돼 있다. 막강한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인기 배우들이 총출동해 흥행에 불을 지핀다.
초연부터 성공리에 이끈 ‘레전드’ 조승우의 귀환으로 기대를 모은 ‘지킬 앤 하이드’(사진)는 연일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다. 이미 검증된 작품인 데다 훌륭한 라인업까지 갖췄기 때문. 조승우와 홍광호, 박은태가 선한 의사 지킬과 그의 악한 내면으로 탄생한 하이드 1인 2역을 각각 소화한다. 티켓을 구하려면 현재로선 ‘취켓팅(취소표 티켓팅)’을 노리는 방법밖에 없다.
3년 만에 새 시즌으로 돌아온 ‘엘리자벳’ 또한 ‘황금 캐스트’를 자랑한다. 죽음(김준수 박형식 정택운)과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황후(옥주현 김소현 신영숙)의 이야기. 특히 ‘뮤지컬돌’의 시초 격인 김준수가 전역 이후 복귀를 알리는 작품이어서 관심을 끈다. 그의 ‘인생 캐릭터’로 꼽히는 치명적 매력의 죽음 역을 2년 만에 다시 맡게 됐다.
신구 캐스트가 조화를 이룬 흥행작 ‘팬텀’도 순항 중이다. 예술적 재능을 타고났으나 흉측한 얼굴 탓에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프랑스 파리 오페라극장에 숨어 사는 팬텀 역에 임태경 정성화 카이, 청아한 목소리로 팬텀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바 크리스틴 다에 역에 김순영 김유진 이지혜가 함께한다. 오페라와 발레가 접목돼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국내 초연된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에는 인기 스타들이 대거 합류했다. 자신이 고귀한 가문의 후계자임을 알게 된 남자가 상위 서열의 후계자들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 김동완 유연석 서경수가 주인공 몬티 나바로 역을, 오만석 한지상 이규형이 다이스퀴스 가문 사람들 1인 9역을 소화한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기기에는 ‘마틸다’가 제격이다. 국내에 올해 처음 소개된 영국 웨스트엔드 흥행 뮤지컬로, 천재 소녀 마틸다(황예영 안소명 이지나 설가은)가 부모와 학교 교장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 싸워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아역 배우들의 기량이 뛰어나고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높아 관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故) 이영훈이 작곡하고 이문세가 부른 명곡들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1980~90년대 향수를 간직한 중장년층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죽기 전 1분 동안 젊은 날 첫사랑의 기억을 되짚는다는 독특한 구성으로, 안재욱 이건명 강필석이 주인공 명우를 연기한다. 전 출연진과 관객들이 다 함께 ‘붉은 노을’을 부르는 커튼콜의 열기는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조승우 ‘지킬’? 김준수 ‘엘리자벳’?… 연말 뮤지컬 뭐 보지
입력 2018-12-25 00:00 수정 2018-12-26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