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함정 레이더 가동 두고 연일 억지

입력 2018-12-24 00:16
일본 해상자위대 P-1 대잠초계기. 뉴시스

지난 20일 우리 군이 동해상에서 조난당한 북한 선박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함정 레이더 가동 문제로 한·일 양국이 사흘째 갈등을 빚고 있다. 우리 군은 당시 해군 함정이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일본은 공격용 레이더를 가동시켰다며 연일 도가 넘는 공세를 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3일 “지난 20일 오후 3시쯤 일본 노토반도 앞 동해상을 비행하던 해상자위대 P-1 초계기 승조원이 레이더를 쏜 한국 광개토대왕함에 ‘화기관제 레이더를 포착했는데, 어떤 의도냐’고 무선으로 물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초계기는 당시 일본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 상공을 비행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비행 중 레이더 경보음이 기내에 울려 해상자위대 초계기는 방향을 돌렸지만 그 이후에도 수분 동안 여러 차례 초계기를 향해 (한국 함정의) 레이더 조준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자위대 관계자는 “화기관제 레이더에서 무기 조준까지 하는 ‘록 온’을 한 것은 무기 사용에 준하는 행위”라며 “미군은 유사시라면 공격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야마다 히로시 방위정무관도 트위터에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자위대원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한 행위”라며 “내 편으로 생각했더니 뒤에서 총을 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지난 21일 주한 일본대사관의 항의를 받고 해명한 뒤 일본 측에 ‘항의 사실을 공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언론의 이런 반응은 감정이 섞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국방부는 일본 초계기를 겨냥한 위협은 없었으며, 정상적인 작전활동 중이었다고 거듭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23일 “군은 정상적인 작전활동 중이었고, 작전활동 시 레이더를 운용했으나 일본 해상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으로 운용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군 설명에 따르면 당시 광개토대왕함은 선박 수색을 위한 매뉴얼대로 항해용 레이더와 사격통제 레이더를 풀가동하고 있었다. 이후 일본 해상초계기가 우리 함정 쪽으로 빠르게 접근해오자 광학카메라를 운용했다고 한다. 광학카메라는 추적 레이더와 붙어 있어 카메라를 켜면 레이더도 함께 돌아간다. 군 소식통은 “추적 레이더가 함께 돌아갔지만 초계기를 향해 빔을 방사하지 않았다”며 “일본 해상초계기를 위협한 행위는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특히 “한국 해군이 조난 선박을 탐색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작전을 했다고 설명했고 일본도 그 내용을 알면서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대화퇴어장 등 공해상에서 한국 해군 활동을 제약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 “일본 초계기는 우리 함정 위로 비행하는 등 더 위협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레이더 갈등 문제는 2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리는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택현 김경택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