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을 일하면 1~2일을 주는 유급주휴시간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고용노동부는 주휴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본다. 최저임금 계산식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재계와 야권은 기업 인건비 부담 가중을 우려한다. 대법원 판례와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다.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하루 앞두고 급하게 비공식 회의를 열고 현안을 논의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녹실(綠室)회의’를 소집했다. 녹실회의는 1960년대 고(故) 장기영 부총리가 시작했던 비공식 회의다. 회의가 열린 부총리 집무실 옆 소회의실 집기가 녹색이라 이렇게 불렀다. 박근혜정부에서 부활됐다가 문재인정부 초기에 폐지된 걸 홍 부총리가 되살렸다.
지난 11일 첫 회의(내년 경제정책방향) 이후 두 번째 회의에선 24일 열릴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최저임금 계산 방식)을 다뤘다. 근로기준법은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주라고 규정한다. 통상 주 5일을 근무하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하루 중에 근로자가 일을 하지 않아도 8시간 근무한 것처럼 수당을 준다.
여기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근로자가 주 40시간을 일한다면 한 달 근로시간은 174시간이다. 여기에 주휴시간(매주 8시간)을 더하면 근로시간은 209시간으로 늘어난다. 시급으로 따진 최저임금은 이에 따라 크게 바뀐다.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 174만원을 받는 근로자는 주휴시간을 근로시간에 넣지 않으면 시급 1만원으로 내년도 최저임금(8350원)보다 많은 임금을 받게 된다. 반면 주휴시간을 넣고 계산하면 시급 8325원이 된다. 최저임금을 밑돌게 돼 사용자는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
재계는 주휴시간 포함으로 인건비 부담이 20~40% 증가한다고 반발한다. 노사 합의로 주휴시간을 주당 2일로 정한 대기업은 근로시간이 최대 243시간까지 늘어난다. 기본급은 적지만 상여금이 많은 일부 대기업 고연봉직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역설적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재계는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주휴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지적한다.
고용부의 시각은 정반대다. 주휴수당이 기본급에 들어가니 주휴시간도 근로시간에 넣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지난 8월 10일 최저임금 산정 시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었다. 상여금이 많은 고연봉자의 최저임금 위반 사례는 기본급을 낮게 책정한 기업이 임금체계를 개선해 해결할 문제라고 판단한다. 고용부는 그동안 행정해석을 통해 주휴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해 최저임금법 위반을 판정해 왔다.
결론은 국무회의에서 날 전망이다. 야권은 국회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심의가 끝날 때까지 정부가 시행령 처리를 늦춰 달라고 요구한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시행령이 시행되면 사업장 대부분의 실제 최저임금은 1만20원이 된다”며 “청와대의 뇌 구조는 이미 국민과의 공감능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최저임금, 이번엔 ‘주휴시간 폭탄’ 터지나
입력 2018-12-2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