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일대에 22일 밤(현지시간) 강력한 쓰나미(지진해일)가 발생해 현지 주민 100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수토포 누그로호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N) 대변인은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해안가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최소한 222명이 숨지고 800여명이 다쳤다고 23일 밝혔다.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옥 430여채와 호텔 9개동, 선박 10여척도 파괴됐다.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사이 순다해협에서 발생한 이번 쓰나미는 최대 높이 3m까지 치솟았다.
22일 밤 9시30분쯤 덮친 쓰나미로 휴양지로 유명한 자바섬 서쪽 판데글랑과 세랑, 수마트라섬 동쪽 람풍 지역의 피해가 특히 컸다. 판데글랑의 유명 리조트에서는 쓰나미 발생 사실을 모르고 공연하던 밴드와 관객들이 한꺼번에 파도에 휩쓸렸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리조트 내 간이무대에서 한 밴드가 공연하던 중 무대 뒤편에서 갑자기 닥친 거대한 파도에 연주자와 관객들이 휩쓸려나갔다. 이곳에서만 베이스 연주자와 매니저, 관람객 등 최소 7명이 사망하고 많은 사람이 실종됐다.
재난 당국은 “쓰나미가 들이닥쳤을 때 판데글랑 해변에는 관광객이 많이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해안에 있던 차량이 쓰나미에 뒤집히고 건물이 무너지자 놀란 주민들이 앞 다퉈 고지대로 대피했다. 가족과 함께 판데글랑 카리타 해수욕장을 찾았던 현지 주민은 “해변에 있던 나무와 전봇대들이 쓰러졌고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근 람풍시도 피해가 컸다. 한밤중에 몰아친 쓰나미를 피해 오토바이를 타고 피난하려던 주민들은 주차장이 물에 잠겨 맨몸으로 달렸다. 한 주민은 “오토바이가 시동이 걸리지 않아 버리고 그냥 뛰었다. 기도하면서 최대한 빨리 달리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람풍시 주민 수백명은 관청 건물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한 주민은 일간 콤파스와의 인터뷰에서 “쓰나미가 몰려올 때 거리는 온통 도망가는 사람으로 넘쳤다. 곳곳에서 ‘쓰나미’라고 소리쳤고, 다들 패닉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쓰나미는 순다해협 인근 크라카타우 화산섬이 분화하던 중 바다 밑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외신들은 ‘화산 쓰나미(volcano tsunami)’라고 표현했다. 게가 프라세트야 인도네시아 쓰나미연구센터장은 “크라카타우 화산 경사면 일부가 붕괴되면서 큰 파도가 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번 쓰나미에 따른 우리 국민의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관계 당국 및 여행사, 지역 한인단체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현지 여행 중이던 우리 국민 일부가 고지대로 대피한 것 외에는 확인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쓰나미는 지난 9월 술라웨시섬을 덮친 강진과 쓰나미로 수백명이 사망한 지 3개월 만에 다시 발생했다.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참사가 끊이지 않는다. 2004년에는 수마트라섬 연안에서 규모 9.1의 대지진에 이은 대형 쓰나미가 발생했다. 13개국에서 22만60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인도네시아에서만 12만명이 사망했다.
이택현 이상헌 기자 alley@kmib.co.kr
또 통곡의 땅 印尼… 해저 산사태發 쓰나미 덮쳐 1000여명 사상
입력 2018-12-23 19:50 수정 2018-12-24 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