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 때문에” 화내며 침 뱉은 국회의원이 한 변명

입력 2018-12-23 19:21 수정 2018-12-24 00:02

국회의원은 여야 할 것 없이 ‘갑질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것인가. 지난 주말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의 행태는 왜 국민들이 ‘의원 증원’이란 말만 나와도 기겁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지난 20일 김 의원이 김포공항에서 직원에게 고함을 치는 등 소란을 피웠다. 그는 입장문에서 “시민 입장에서 상식적인 문제 제기와 항의를 한 것”이라며 “거친 감정을 드러낸 것은 마음공부가 부족한 탓임을 반성한다”고 했다.

김 의원이 ‘거친 감정’을 드러낸 이유는 보안 절차 때문이다. 공항 보안요원이 스마트폰용 지갑 비닐커버 안에 있는 신분증을 꺼내 달라고 하자 김 의원은 “왜 갑자기 신분증을 꺼내 달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지금까지는 꺼내지 않고 보여만 줘도 통과가 됐다는 것이다. 신분증을 꺼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기에 ‘거친 감정’을 드러낸 뒤 “책임자를 불러 달라”고 하고 한국공항공사 사장에게까지 전화를 걸었을까. 다른 탑승객들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김 의원은 결국 공항공사 사장의 콜백(답신전화)을 받고 진상조사까지 요구하고서야 항공기에 올랐다. 김 의원은 공항공사를 감독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다. 일반 시민이 그처럼 행동했다면 탑승을 거부당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오히려 내가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지난 19일 지역구(인천 연수구을) 주민으로부터 불편한 소리를 듣고는 침을 뱉어 구설에 올랐다. 민 의원이 한 주민에게 “잘 지내시죠”라고 인사하자, 해당 주민이 “이번 정부에서는 잘 지내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민 의원이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침을 뱉고 노려봤다는 것이 주민의 주장이다.

민 의원은 입장문에서 “쌀쌀한 날씨에 비염이 도져서 코가 나오기에 돌아서서 침을 뱉은 건 맞다”며 “모욕을 할 거면 침을 뱉어도 앞에서 뱉었겠죠”라고 주장했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 의원 입장에선 ‘이번 정부’를 언급한 주민의 냉대가 언짢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침을 뱉는 것은 국회의원이 할 행동은 아니다. 상식적인 시민은 앞이건 뒤이건 길에서 함부로 침을 뱉지 않는다. 비염이 도져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 후미진 곳에 가서 조용히 뱉는다. 침을 뱉고 노려보는 것은 주민 입장에선 의원한테 갑질을 당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두 초선 의원은 “보다 신중하게 처신하겠다”(김 의원) “부덕의 소치”(민 의원)라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이 ‘갑질 유전자’가 있는 게 아닌지 자신들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임성수 정치부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