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태우 “이것저것 많이 있다” 추가 폭로 예고

입력 2018-12-23 19:25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소속이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청와대로부터 고발당했음에도 추가 폭로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첩보 내용 외에도 민감한 내용이 더 있다고 했다. 김 수사관은 서울동부지검장 출신으로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을 지낸 석동현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김 수사관은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추가 폭로 계획에 대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모든 패를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이것저것 (문제가 될 내용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지난 19일 공개한 김 수사관의 첩보 목록 107건 외에 민감한 첩보가 더 있다는 얘기다. 향후 청와대 대응과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서 얼마든지 추가 공개할 의향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린 김 수사관이 문재인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 대한 첩보를 공개하면서 폭로전 수위를 한 단계 높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추가 폭로 수위에 따라 현 정권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게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청와대는 그동안 김 수사관이 폭로한 내용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배경과 처분 결과를 설명하며 반박해 왔다.

김 수사관은 그간의 논란을 해명하며 청와대를 향해 ‘섭섭’ ‘분노’ ‘위선’ 같은 단어를 직설적으로 쏟아냈다. 이번 사태가 자신의 경찰청 특수수사과 방문과 관련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경찰청 조회 건 자체가 상당히 억울한 일”이라며 “내가 쓴 첩보에 대해 실적 확인차 조회했다. 내가 의뢰한 목록 등 물증도 다 있다”고 했다. 이어 “어느 정보관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제출하겠느냐. 내가 너무 억울해 청와대에 자발적으로 휴대전화를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지인으로 알려진 사업가의 수사 진행 상황을 묻거나 압력을 넣을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 감찰을 거치며 일이 커졌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가 약속을 어기고 내가 동의하지 않은 휴대전화의 다른 부분까지 들여다봤다”며 “결국 약점을 쥐고 나를 내보내려고 한 것 같다. 너무 비겁하다”고 비난했다.

폭로를 결심한 배경도 설명했다. 김 수사관은 “자기들은 불법 사찰에 감사 무마까지 하면서 나 같은 하위직은 한번 말이 나왔다고 소모품처럼 버렸다. 섭섭한 마음이 컸다”고 토로했다. “청와대가 너무 모순적이고 위선적이어서 분노했다”는 김 수사관은 “여권과 관련한 민감한 첩보들이 1년 넘게 쌓이다보니 청와대도 나를 부담스러운 존재로 봤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과거 청와대의 논리도 인용했다. 김 수사관은 “지난해 박근혜정부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공개하면서 박수현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위법 사실을 공표했다’고 설명했다”면서 “나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민간인 사찰 등 범법 행위를 공표했다. 청와대와 똑같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캐비닛 문건 공개와 김 수사관의 첩보 폭로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사진)을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며 가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으로 바꿨다. 야권의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의 송년 만찬에서 “내년에도 지치지 말고 일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판 강준구 안대용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