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에도 국제정세는 격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거리 미사일 문제로 갈등을 벌여온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 종식 이후 자제해 오던 핵 군비 경쟁을 재개할 조짐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협상 시한인 내년 3월 1일 안에 결정적 돌파구가 도출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예측이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태는 불안 요인으로 상존한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내년 국제정세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리스크 요소를 분석했다. 미·러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와 미·중 무역갈등, 중동 정세 불안, 유럽연합(EU) 분열과 함께 북·미 핵협상도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세계는 빠르게 변동해 왔고 내년도 혼란스러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기술 혁명, 소득 불평등, 문명 충돌 등 정세 격변의 원인을 무엇으로 지목하든 간에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첫 위기는 내년 2월 말 INF 파기와 함께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러시아가 INF를 위반하고 있다며 조약 파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4일 “러시아가 INF를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준수하지 않으면 미국도 향후 60일 안에 조약 준수를 중단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양국이 60일 시한이 끝나는 내년 2월 말까지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INF는 체결 32년 만에 효력을 잃게 된다.
미국과 구소련은 1987년 유럽 지역 긴장완화를 위해 INF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사거리 500~5500㎞인 중거리 핵미사일 생산을 중단하고 기존 보유 미사일은 모두 폐기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INF를 탈퇴하고 러시아가 중거리 핵미사일을 재배치함으로써 유럽 군비경쟁이 재발하는 경우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봤다. 또 러시아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미국과 유럽 각국 간 분란이 벌어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 갈등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내년 3월 1일에는 미국과 중국 간 ‘90일 휴전’이 끝난다. 양국 협상가들이 이날까지 무역전쟁을 끝내지 못한다면 미국은 곧바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게 된다. 아울러 미 상무부는 내년 2월 안에 자동차 수입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안보 위협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 유럽산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가 붙어 미국은 EU와도 전면전을 벌이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도 리스크로 분류됐다. 우선 2016년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가 내년 공개될 수 있다. 또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할 인물들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내 난맥상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 위기를 모면하겠다며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해 ‘트위터 폭탄’을 쏟아낼 수도 있다.
북핵 문제는 완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6·12 정상회담을 통해 일촉즉발의 갈등 상황은 일단 해소했기 때문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북한이 여전히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긴장완화 기간 동안 몰래 핵능력 향상을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양측 간 군사적 긴장이 재발하는 경우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았다. 블룸버그는 이란 핵협상 파기와 시리아 주둔 미군 전면 철수로 인한 중동 정세 급변도 주요 리스크로 거론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군비 경쟁·무역전쟁 확전·트럼프… ‘3대 뇌관’ 도사린 새해
입력 2018-12-23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