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을 중시했던 제임스 매티스(사진) 미국 국방장관이 사임하면서 한반도 안보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 협상을 비롯한 한반도 안보 현안에서 돈 문제를 거듭 강조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시키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시리아 철군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내년 2월 말 퇴임 예정인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사임 서한에서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지 않고는 미국의 이익을 보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로 “동맹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이 미국을 이용할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국익을 위해 동맹국과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매티스 장관의 고언을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매티스 장관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년 중부사령관 직책에서 해임된 사실을 거론하며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매티스를 불명예스럽게 해고했지만 나는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다. 난 그가 받아본 적 없던 모든 지원을 해줬다”고 주장했다. 미 정가에서는 매티스 장관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차기 국방장관에 임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매티스 장관과 충돌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을 향해 더 적극적으로 시리아 사태 해결에 나서라는 압박으로도 풀이된다. 이 결정은 한국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기조와 무관치 않다. 동맹 관계보다는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기조다.
나아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문제까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언론인 밥 우드워드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주한미군 철수론을 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3차대전을 막기 위한 주둔”이라고 설득했다. 우리 군 소식통은 “매티스 장관은 북한을 선제 타격하는 ‘코피(Bloody Nose) 작전’에 부정적이었다. 전쟁을 피하면서 적을 굴복시키는 게 상책이라는 손자병법 구절을 줄줄이 외우는 매티스 장관은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전했다.
미 의회 승인 없이 현재 2만8500여명 수준인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일 수 없도록 한 미국 국방수권법이 ‘안전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 법은 미 행정부가 의회에 충분히 설명할 경우 주한미군 감축 결정이 가능하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충성도를 따져 매티스 후임을 결정할 경우 한·미동맹 관련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택 조성은 기자 ptyx@kmib.co.kr
매티스 떠나면 韓·美 동맹보다 ‘美 우선주의’ 거세질 전망
입력 2018-12-23 19:28 수정 2018-12-24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