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 하늘꿈연동교회 장동학 목사의 목회에는 독특한 면이 많다. 지난 5일 이 교회 ‘짱 목사방’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짱 목사방이란 다른 교회에서 담임목사실이나 목양실로 불리는 담임목사 사무실을 말한다.
“누구라도, 아무 때나 상담을 위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죠. 담장이 높으면 누가 들어오겠습니까. 제 성이 장이니까 짱 목사방이에요.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그는 2000년 교회를 개척했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목회 스타일은 교세 성장을 이끈 견인차였다.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교회는 정확한 출석교인 수도 알지 못한다. “출석교인이 몇 명인지 잘 몰라요. 세질 않거든요. 궁금하지도 않고. 교인 수를 세기 시작하면 성장에만 관심을 갖게 되죠. 모르는 게 편해요.”
개척한 교회가 성장하면 자연스레 담임목사에게 힘이 집중된다. 장로들을 선출해 당회가 구성되더라도 개척교회를 성장시킨 수장은 어디까지나 담임목사다. 교회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모든 목회계획과 미래 청사진을 담임목사가 그렸고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장 목사에겐 그런 데서 오는 권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날 교회가 너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걸 깨달았어요. 교회가 성장한 건 모두 주님의 은혜고 교인들의 수고였죠. 그런데도 제게 모든 게 집중돼 있었어요. 덜컥 겁이 났습니다. 무엇보다 은퇴할 때 욕심 낼 것만 같았어요. 그때부터 교회의 모든 부분을 정확하게 제도화하기 시작했지요. 제 후임으로 누가 와도 소신껏 사역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거죠. 은퇴하려면 여전히 긴 시간이 남아 있는 목사가 벌써부터 떠날 준비하는데 무슨 권위를 내세우겠어요.”
장 목사의 다짐대로 교회는 새로운 구조로 재정비됐다. 모든 정책과 예산 집행 등 힘이 집중되는 당회의 권한부터 줄여 나갔다. 이 교회는 교회 재정을 집행하는 장로들로 구성된 ‘당회’와 정책을 수립하는 목사들이 모이는 ‘목회자회’, 실제 사역에 참여하는 교인들이 참여하는 ‘마을장회’로 나뉘어 있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교회 어디에도 없는 제도여서다. 대부분의 교회가 예산 집행과 정책 입안 등의 역할이 모두 당회에 집중돼 있다.
“교회는 유기체입니다. 정책을 수립하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고 실제 실행할 교인들도 필요하죠. 이 일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세 영역으로 분리한 겁니다. ‘삼권분립’ 같죠. 이렇게 분리를 해두니 더 잘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담임목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늘 소통해야 합니다. 정책을 수립한 뒤 예산까지 허락받아도 마을장회에서 반대해 하지 못하는 사역들도 있고요. 그래서 늘 장로님들은 물론이고 교인들과도 대화해야 합니다.”
보통의 교회들과 다른 건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 목사는 지난 10월 ‘당회 감사’에서 판공비 사용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영수증이 누락된 지출이 있어서였다. “소액 결제한 영수증이 누락됐던 모양이에요. 당회가 그걸 놓치지 않고 지적하셨더군요. 이를 계기로 더욱 꼼꼼히 관리하게 됐습니다. 감사께서 ‘단 한 장도 빠트리지 말고 제출해 달라’고 하셨어요. 당연히 영수증을 첨부해야죠. 원칙을 더 잘 지키게 돼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목사는 이 모든 것이 ‘교회의 전통을 세우는 과정’이라 했다. 조만간 외부 감사도 정례화할 계획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후임 담임목사의 리더십이 확실히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제 개인 리더십만으로 목회하던 교회에 대체 누가 와서 소신껏 목회를 하겠어요. 담임목사나 장로, 어느 쪽으로도 힘이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 교회 공동체의 건강한 미래에 투자하는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 교인들과 하이파이브, 수평적 목회로 성장… 여성도 만족도 높아
하늘꿈연동교회는 소통에 방점을 찍은 교회다. 당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성도들에게 통보하는 일은 없다. 경기도 수원시 구도심에 있는 이 교회는 개척 초기부터 수평적 교회를 지향해왔다.
최근 교회는 주일 저녁 5시에 드리던 찬양예배를 오후 2시 30분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새해부터 예배시간이 당겨진다. ‘생활 선교사를 파송하자’ ‘성도들이 삶의 자리에서 선교사로 사역할 수 있게 하자’ ‘교회 안에만 고여 있지 말고 복음을 들고 교회 밖으로 흘러나가게 하자’는 취지다.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교인들의 뜻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교회는 부부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도 관심이 크다. 장동학 목사는 부부사랑학교 강사다. 지명도로 보면 전국구다. 교회를 개척한 2000년부터 장 목사는 부부에 집중했다. 그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신앙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지 신앙이 좋기 때문에 부부의 사랑이 깊어지기란 쉽지 않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부부 사랑은 교회 성장에도 든든한 기틀이 됐다.
이 교회는 남성중심교회도 지향한다. 남성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남성이 모든 봉사를 도맡아 하는 교회라는 의미다. 식당 봉사도 남성들의 몫이다. 남성들이 토요일에 교회에 나와 주일 점심 식사를 준비한다. 배식과 설거지도 모두 남성들이 맡는다. 중직자들도 열외는 없다. 궂은일을 남성들이 도맡아 하니 여성들의 만족도가 높다. 신앙생활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에선 최근 ‘하이파이브’ 인사가 인기다. 주일예배 후 교역자들도 성도들과 하이파이브로 인사하며 눈을 맞춘다. 이 교회의 표어는 ‘복음을 영화롭게 하고 사람 냄새 나는 교회’다.
수원=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목사 장로 평신도 ‘삼권분립 목회’… 한국에 없던 새 모델 제시
입력 2018-12-2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