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만 산더미… ‘단물’ 빠진 글로벌 ‘쓴맛’ 공포

입력 2018-12-23 20:01

내년 세계 금융시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긴축 통화정책 여파로 올해보다 더 나빠진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빠르게 증가한 부채, 미·중 무역전쟁, 유럽의 정치 불안도 미래를 어둡게 한다.

내년에 글로벌 경기가 둔화된다는 것은 주요 경제기관의 일치된 진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고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3.5%로 올해(3.7%)보다 낮아진다고 관측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은 올해 3분기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6.5% 성장률을 기록했다. OECD는 중국 성장세가 내년 6.3%, 2020년 6.0%로 꺾인다고 내다봤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내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내년에 추가 금리인상 횟수를 3회에서 2회로 낮출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에선 경기 둔화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분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8일 ‘연준이 멈춰야 할 때’라는 칼럼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촉구했다. 신흥국 중앙은행도 ‘울며 겨자 먹기’로 연준의 행보에 동참 중이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그룹은 최근 전 세계 중앙은행의 56%가 긴축을 선택했고, 이런 현상이 글로벌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양적완화 시대를 거치면서 몸집을 키운 글로벌 부채도 ‘암초’다. 중앙은행들의 잇단 긴축 행렬에 ‘빚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기 둔화에 빠져든다는 우려가 나오는 중국의 경우 최근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정책이 악성부채를 더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흥국 부채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71조 달러로 전 분기보다 1조 달러 늘었다. 증가분의 80% 이상을 중국이 차지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짙은 그림자’다. 미국은 내년 3월까지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미룬 상태지만, 불안한 휴전일 뿐이다.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지난 21일 일본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전면적 점검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기한 내 협정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의 정치 불안도 변수다. 극우·극좌 포퓰리즘 정당의 득세로 재정건전성 훼손, 체제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EU와 영국 간 합의 없는 브렉시트(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23일 해외경제 포커스를 발표하고 “EU와 영국 정부 간 합의안에 대한 영국 내 정치적 반대가 크다.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