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에 ‘고정금리의 시대’가 찾아왔다. 수시로 바뀌는 변동형 상품의 금리(변동금리)보다 일정 기간 유지되는 혼합형 상품(고정금리)이 더 낮은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에선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이가 0.5% 포인트나 벌어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혼합형(5년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변동형 금리를 밑돌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4일부터 일주일간 적용되는 혼합형의 금리를 연 2.82~4.32%로 정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된 변동형 금리(연 3.32~4.82%)와 비교하면 금리 하단이 0.5% 포인트 낮다. 코픽스는 8개 국내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수신상품의 금리를 가중 평균한 값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연 3.18%~4.68%)와 비교해도 혼합형의 금리가 0.36% 포인트 낮다. 다른 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혼합형 금리는 연 3.06~4.06%로 변동형 금리(연 3.35∼4.35%)보다 0.29% 포인트 낮다. 신한은행도 혼합형 금리와 변동형 금리의 하단이 0.15% 포인트가량 벌어졌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혼합형과 변동형의 ‘자금줄’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는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AAA등급에 5년 만기인 국내 금융채의 금리는 지난 19일 2.026%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 우려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대에 진입하는 등 장기 금리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상승일로다. 지난달 잔액 기준과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각각 연 1.95%, 연 1.96%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 상품이 무조건 유리할까. 시중은행 관계자는 “먼저 금리가 낮은 디딤돌대출 등을 알아보고 (대출이 어렵다면) 안정적으로 금리가 고정되는 혼합형 상품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받은 지 3년 이내라도 변동형 상품에서 혼합형 상품으로 갈아탈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지 않는 금융회사가 많다”며 “다만 지난해 7월 이후 강화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의 적용을 받는 만큼 대출 한도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시대… 변동금리보다 더 낮은 기현상
입력 2018-12-23 20:01 수정 2018-12-23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