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에 잇따라 유화 제스처… 펜스 부통령 ‘北 인권 유린’ 연설 취소

입력 2018-12-23 19:29

미국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북한에 잇따라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다만 북한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마이크 펜스(사진) 미국 부통령은 지난주 북한 인권 유린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었지만 취소했다고 미 ABC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가 최근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등 3명을 인권 침해 명목으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비핵화 협상과 별개로 북한 인권 문제에 비판을 계속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대표적 대북 강경론자인 펜스 부통령이 연설을 취소한 것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행보를 최대한 자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내년 1월 1일 발표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미국인의 방북 금지 완화 등을 들고 나온 것도 북한과의 대화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취지로 분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21일 공영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첫날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만나 북한 핵무기로부터 미국에 가해지는 위협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상당한 추가 진전을 만들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매우 깊은 뜻이 담겨 있고 그런 진심이 북한에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인도적 지원 촉진이 제재 완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 최근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대북 제재 완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19일부터 나흘간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여러 카드를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상응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비건 대표는 지난 21일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다시 협상에 나온다면 제재를 완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양자 또는 유엔 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앞서 했던 약속의 맥락에서 우리는 양국 간 신뢰를 쌓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제재 완화는 추후 문제이고 일단은 협상부터 재개하자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 정부의 대화 제스처에 당장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선 비핵화 협상에 나올 만한 뚜렷한 상황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오히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개념과 관련해 한동안 하지 않았던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 제거’ 주장도 다시 하기 시작했다.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잘못된 인식 탓에 협상이 교착됐다는 주장이다.

한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는 23일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봤을 때 북한은 당분간 마이웨이를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지영 권지혜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