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역사, 상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말하는 ‘로마’

입력 2018-12-23 21:43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마’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 게티이미지 넷플릭스 제공
“멕시코와 한국 사이에는 감성적 유사점이 있습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독재 체제와의 갈등, 민주화를 가장한 독재 정권과의 싸움 등 공감대가 있죠. 가장 큰 특징은 사회 고위층의 비리와 부패입니다. 한국영화에서도 이런 문제가 자주 다뤄지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마’를 연출한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57·사진) 감독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진행된 국내 취재진과의 화상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래비티’(2013) ‘칠드런 오브 맨’(2016) 등을 통해 거장 반열에 오른 그는 신작에서 자신의 모국을 배경으로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냈다.

지난 1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로마’는 1970년대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서 가정부로 일하며 혼란한 시대를 통과한 여성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의 삶을 그린다. 쿠아론 감독은 “클레오는 내가 가장 사랑한 캐릭터다. 작게는 가정, 크게는 멕시코, 나아가 전 인류의 상처를 모두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로마’는 제75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로는 처음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최고상을 거머쥔 것이다. 쿠아론 감독은 “물론 관객들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시면 좋겠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엔 신규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세계 주요 영화제들이 신규 플랫폼 영화를 배척하는 경향에 대해선 “그런 흐름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새로운 플랫폼들을 단기적 트렌드가 아니라 지속될 산업으로 인정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요즘 극장은 선택의 폭이 좁은데, 플랫폼이 다양성과 다변성을 이끄는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