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레이더 조준’ 호들갑 떨 일 아니다

입력 2018-12-24 04:05
동해에서 표류하던 북한 어선을 구하기 위해 한국 해군이 레이더를 기동한데 대해 일본 정부와 언론이 사흘 연속 거친 불만과 함께 사과 요구를 하고 있다. 한·일 관계까지 해치는 행위라는 주장도 했다. 국방부는 조난 어선을 찾기 위해 광개토대왕함에서 한꺼번에 레이더를 기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동해상을 비행하던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서 쏜 화기(총포)관제 레이더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레이더를 쏜 것은 공격 직전의 행위로 무기 사용에 준하는 적대행위라는 주장도 했다.

한마디로 일본 정부와 언론의 주장은 과하다. 해군은 조난 신호를 받고 공해상에서 최선의 구조 행위를 한 것이다. 해상 조난 신호가 포착되면 근처에 있는 어느 나라 선박이든 갖고 있는 장비를 총동원해 최선의 구조 활동을 편다.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이 과정에서 광개토대왕함은 조준 공격하기 위한 화기관제 레이더를 쏜 것이 아니라 수색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최고 수준의 탐색용 레이더를 쐈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적이고 민감한 기술인 레이더 시스템과 기동 행위에 대해 해군은 대외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언론은 또 우리 국방부와 외교부가 주한 일본대사관의 항의를 받자 ‘항의 사실을 공표하지 말라는 요구를 했다’고 보도했다. 숨기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인데, 국방부 당국자는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게다가 일본 방위정무관은 트위터를 통해 “용서할 수 없는, 뒤에서 총을 쏘는 행위”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까지 나서서 과도하게 이슈화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지율이 급락하는 아베 신조 정권이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국방 당국은 일본 측이 호들갑 떤다고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 해상 구조 활동 중 현장 지휘관이 판단한 조치일 뿐이다. 적대행위가 아니다. 국방 당국도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듯한데, 적절한 대응이다. 설사 사소한 실수나 오해가 있다면 그것은 양국 해군 간, 국방 당국 간 소통으로 해결할 정도의 일이다. 이 정도를 한·일 관계 악재 운운하는 건 가당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