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 펜션 사고 장소의 보일러를 시공한 업체가 무자격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보일러 시공 뒤 제3자가 연통 부위에 손을 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20일 한국가스안전공사, 강릉시청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지난 18일 이산화탄소 유출 사고가 발생한 펜션은 강릉에 위치한 A업체가 시공했다. 이 업체는 가스공급업체로 등록돼 있으나 보일러 시공을 할 수 있는 가스시설시공업체 등록은 하지 않았다. 즉 가스통 등을 판매만 할 수 있는 업체인데 보일러 시공을 한 것이다.
현행법으로 가스시설시공업 등록을 하지 않은 업체는 가스보일러를 시공해선 안 된다. 가정용 가스보일러를 설치하려면 가스시설시공업 2종이나 3종 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한 사람이나 가스안전공사가 실시하는 가스시설시공관리자 양성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1명 이상 있어야 하고 사무실, 보일러시공에 필요한 3가지 장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국민일보 취재진이 이날 A업체를 찾아갔을 때 사무실은 비어 있었다. 설비업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일을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서 일하는 설비업자는 5~6명으로 추정된다. 사무실 유리에는 ‘소방배관공사·집수리·각종보일러설비’를 한다고 쓰여 있었다.
보일러 업계에선 무자격업자라 하더라도 보일러 연통 연결 부위에 내열실리콘을 바르는 기본적인 시공을 잘못했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전국보일러설비협회 강원지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연통에 내열실리콘을 바르도록 한 지가 꽤 오래됐다”며 “보통 한국열관리시공협회나 우리 협회에 가입하면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관련 법규, 설치 기준 등을 교육하는데 A업체는 두 협회 모두 소속돼 있지 않아 숙지가 미흡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자격업체가 시공한 보일러는 사고가 났을 때 소비자가 배상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보일러 시공사는 안전사고에 책임을 지도록 가스사고배상책임보험에 들게 돼 있다. 이를 어기면 3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각에선 보일러 시공업체의 자격 여부보다 제3자가 보일러를 재설치하거나 개보수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열관리시공협회 강릉지회 관계자는 “설치 이후 5년 동안 여러 차례 가스통을 교체하면서 조금만 관심 있게 봤더라면 문제를 알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무자격업체의 부실시공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감독해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보통 시·군·구 건설과에서 보일러 외에 여러 업종을 공무원 1~2명이 담당해 현실적으로 무자격업체를 적발하는 게 어렵”고 말했다. 지나치게 저렴한 시공 가격을 내세운 곳만 찾지 말고 소비자가 시·군·구에 문의해 등록·허가를 받은 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LPG 가스보일러의 경우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 도시가스는 검침원이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하지만 LPG 가스보일러는 개별 가스공급자가 점검을 하므로 상대적으로 안전사고에 더 취약하다.
송영호 대전과기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펜션, 캠핑장 등 많은 인원이 사용하는 시설은 특히 지자체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현장조사를 나가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예슬 기자, 강릉=서승진 박상은 기자 smarty@kmib.co.kr
[강릉 펜션 참사] 보일러 설치 업체는 등록하지 않은 ‘무자격’
입력 2018-12-2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