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 명이 운전대 대신 피켓을 들었다 “카카오 카풀 시행 땐 생계 막막”

입력 2018-12-21 04:03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해 택시업계가 대규모 집회를 연 20일 서울역 앞 택시정류장에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이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권현구 기자

“최우기를 살려내라, 택시를 살려내라!” 카카오 카풀을 반대하는 택시기사 12만명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를 가득 메웠다.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집회 참가자들이 퇴근 시간대에 서울 마포대교의 5개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하면서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노조 4개 단체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앞 도로에서 ‘3차 불법 카풀앱 근절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집회 주최 측은 전국에서 12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김태환 전국택시노조 사무국장은 “정부는 서민택시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대기업의 카풀 앱 출시를 즉각 중지시켜라. 지난 10일 분신 사망한 최우기 열사를 추모한다”고 말했다. 그는 4개 노조 단체가 자체 제작한 택시 콜 서비스 앱을 다음 달 출시한다고 덧붙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생존권에 위협을 느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12년째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는 임철인(64)씨는 “우리가 맨발로 뛰어 닦아 놓은 시장을 대기업이 빼앗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고 했다. 울산에서 상경한 김모(63)씨는 “회사에서 모두 파업과 집회에 참여하라고 공지가 내려왔다. 동료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새벽 5시에 함께 출발했다”고 말했다. 일부 참여자는 전날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참여키로 합의한 택시 노조 집행부를 비판했다. 명모(55)씨는 “타협 여지를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집회 장소 여기저기서는 술판이 벌어졌다. 얼굴이 벌게진 일부 참가자는 구호에 맞춰 고함을 질렀다. 행진을 할 때 마포대교 위에서 소변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부터 마포대교를 건너 서울지하철 5호선 마포역 인근까지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마포대교~마포역 구간 10개 차로 중 5개 차로가 오후 6시15분까지 차단됐다. 이 시간이 퇴근 시간대와 겹치면서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지하철과 버스 안도 직장인과 집회 참가자가 섞이면서 매우 혼잡했다.

전국 택시기사들은 오전 4시부터 24시간 파업을 실시했다. 서울의 출근시간대(오전 7~9시) 택시 운행률은 지난주 같은 요일의 50%를 밑돌았다. 서울시가 지하철 1~8호선과 버스의 퇴근길 배차를 평소보다 늘렸지만 시내 곳곳에선 시민들이 줄지어 택시를 기다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카풀 서비스업체들은 이날 무료 이용 행사를 여는 맞불을 놓아 택시업계의 거센 비난을 샀다. 카풀 서비스업체 풀러스는 “연말·연초 파격적 무상이동을 지원한다”면서 다음 달까지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부터 카풀 무료 이용 행사를 시작했다가 “오해를 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오후 1시쯤 중단했다.

안규영 김유나 임세정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