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발표한 ‘자영업자 성장·혁신 종합대책’은 8가지 핵심 정책으로 요약된다. 자영업·소상공인 전용 상품권 발행 규모를 늘려 매출을 늘리고 제로페이 시행 등으로 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불편하게 여겼던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률도 지난해 기준 72%에서 10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상가임대차 보호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2020년에는 ‘환산보증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부실채권 9000억원을 조기에 정리하고 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내용도 담겼다. 중장기적 로드맵으로 창업·성장·재기·퇴로의 생애주기별 지원대책이 망라됐다.
우선 ‘뻔하지 않은’ 대책들이 눈에 띈다. 전국의 구도심 30곳을 선정해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일종의 ‘복합쇼핑몰’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꾸리겠다는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는 대구 칠성시장, 전남 강진 중앙로, 경기 수원 역전이 ‘혁신 거점’으로 선정됐다. 내년에는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거점 지역을 공모해 10곳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전국의 구도심 30곳을 대형 복합쇼핑몰처럼 활성화시키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구도심 상권 개발이 ‘개발투자자에게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상훈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혁신 거점으로 신청하려면 매출, 사업체수, 인구수 등이 2년 연속 감소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며 “개발 후 임대가격 동결 등 상생을 약속하게 돼 있다.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도심 개발 후 원주민 퇴출)’ 등을 미리 방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포인트제’(가칭) 도입도 신선하다. 제로페이 가입자는 물론이고 이동통신사나 유통 대기업의 포인트와 연계해 자영업 점포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통사 포인트의 59.3%인 약 5000억원(2017년 기준)이 사용되지 않고 소멸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준비된 창업’을 유도하기 위한 교육 지원책 ‘튼튼창업 프로그램’을 내년에 도입한다. 예비창업자 1만명에게 1인당 최대 50만원까지 교육비의 90%를 지원하는 바우처를 지급한다.
자영업자 역량 강화를 위해 스마트 제조혁신, 공동 작업, 전시 판매 등을 돕는 ‘소공인 복합 지원센터’를 전국에 10곳 설치하기로 했다. ‘백년가게’ 등 혁신형 소상공인 1만5000명을 발굴·육성해 컨설팅과 마케팅도 지원한다.
원활한 재기 지원방안과 안정적인 퇴로도 마련했다. 개인별 연체상황을 고려해 맞춤형 채무조정제도를 도입하고, 임대차 계약 만료 전에 폐업해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에는 저금리로 단기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내년에 이를 위해 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자영업자를 위한 복지정책 청사진도 그렸다. 1인 자영업자까지 4대 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전 업종에서 1인 자영업자는 물론 무급가족종사자까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고용보험은 창업 후 5년 이내에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폐지됐다. 가입 시기를 놓쳤던 자영업자들에게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기회가 주어졌다. 보험 가입이 자동 해지되는 보험료 체납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다. 자영업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복지 시설도 조성된다. 자영업자를 위한 맞춤형 국공립 어린이집, 유휴공간을 활용한 복지·문화 센터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 재정을 대거 투입해 자영업자 매출을 메워주는 식의 지원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대표적인 게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온누리상품권을 2022년까지 18조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상품권 수요자가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일반 국민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이런 식의 ‘하향식 정책’은 장기적으로 자영업자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Key Word -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개념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에 대비되는 용어로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사업을 영위하거나 자기 혼자 영업을 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소상공인은 3년 평균 매출이 10억~120억원 이하의 소기업 중 상시근로자가 10인(제조업, 광업, 건설업, 운수업) 미만이거나 5인 미만(기타 업종) 기업을 뜻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구도심 30곳 선정, 자영업자 중심 복합쇼핑몰 형태로 만든다
입력 2018-12-20 20:05 수정 2018-12-20 2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