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도입 갈등 이면엔 고령화사회·노인 빈곤 문제

입력 2018-12-20 19:05 수정 2018-12-20 23:21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한 택시 차량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를 점거, 버스와 일반 차량이 꼼짝 못 하고 멈춰 서 있다. 전국 택시 26만대 대부분이 이날 파업에 동참했으며 여의도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택시기사 12만명이 집결했다. 김지훈 기자

택시기사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단지 늙어만 가는 게 아니라 이들의 낮은 소득 문제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풀 도입 갈등에 고령화사회 노인 빈곤 문제가 포함돼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택시기사 26만8164명 중 60대 이상은 14만5198명으로 54.2%를 차지한다. 2015년에는 60대 이상이 약 11만6780명이었다. 불과 3년 만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2% 포인트 늘었다. 50대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비중은 89.5%에 이른다. 70대 이상 택시기사는 전국적으로 2만7490명으로 3년 전보다 약 1만명 늘었다. 택시기사의 98.6%는 남성이다.

이 통계는 택시기사 고령화가 최근 급격히 진행됐다는 점을 말해준다. 서울로 범위를 좁히면 고령화 수준은 더 심각하다. 서울 택시기사들의 92.6%가 50대 이상, 60.9%가 60대 이상이다. 서울에서 10년째 택시를 몰았다는 기사 권모(60)씨는 “십수년째 택시업계에 젊은 사람이 아예 들어오지 않고 있다. 주변에서 난 매우 어린 축”이라면서 “젊은 사람들이 유독 택시기사를 안 좋게 보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60대 이상 남성 택시기사’ 대부분이 가족의 부양을 받지 못해 일거리를 찾아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정에서 노인을 부양할 만한 여력이 급속히 사라지면서 다른 일거리를 찾지 못해 택시운전대를 잡은 이들이라는 설명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2016년 보고서에서 남성 1인 가구 택시노동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의 노동·생활실태가 다른 이들보다 훨씬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2000년에서 2014년 사이 서울 지역 택시기사의 1일 순수입은 2만2282원에서 2만1245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물가는 같은 기간 1.492배 올랐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택시기사들 중에는 소위 ‘노가다’도 할 수 없는 형편인 이들이 많다”면서 “사회적 취약계층이 업계로 몰리다보니 부당한 대접을 받더라도 항의를 하거나 사측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없어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