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변신에도 증시는 급락했다. 시장이 연준의 ‘스탠스 변화’보다 ‘경기 둔화 우려’를 더 크게 받아들인 탓이다. 다만 미국의 통화정책 조정이 확인된 만큼 금융시장에 불 한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20일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얼어붙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4%나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1.03%)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52%)도 동반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18.72포인트(0.90%) 내린 2060.12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3원 오른 1127.8원에 장을 마쳤다(원화 가치 하락).
증시 한파의 배경에는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감이 자리 잡고 있다. 연준은 19일(현지시간)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모두 하향조정했다. 핵심 물가지수 전망치도 0.1% 포인트 내렸다.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숫자로 나타난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강한 성장과 실업률 감소를 예상하지만 그것이 실현되지 않으면 연준이 경로를 바꿀 수 있다”고 암시했다.
이 여파로 뉴욕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S&P500 지수와 다우지수는 각각 1.54%, 1.49%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도 2.17% 떨어졌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주가를 실적과 유동성의 함수라고 본다면, 유동성 문제는 다소 완화됐으나 더욱 중요한 요소인 실적(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대된 셈”이라고 짚었다.
연준의 변신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영향도 있다. 연준은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내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 전망치를 ‘3회’에서 ‘2회’로 줄였지만, 예고된 ‘12월 인상’은 단행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시장이 12월 금리 동결, 연준의 자산 축소 속도조절 시사를 기대했기 때문”이라며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게 앞서 나갔다”고 평가했다.
증시는 당분간 살얼음판을 걸을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확인한 데다 이탈리아 예산안 사태 등 불확실성을 높인 변수들이 정리되는 단계라서 추가 하락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의 하락압력을 높였던 변수들이 완화되고 있고, 이달 중 가시화될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도 경기 우려감을 제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미 경기 둔화 우려에 닛케이·항셍·상하이지수 얼어붙었다
입력 2018-12-20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