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란, 美로부터 선물”… IS 부활 우려도

입력 2018-12-20 19:04 수정 2018-12-20 23: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9일(현지시간) 시리아 미군 철수 전격 선언으로 중동 내 역학관계가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CNN방송은 “러시아와 이란은 영향력 싸움에서 미국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군 철수에 따른 국제 관계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승자와 패자를 나눴다. 승자로는 이슬람국가(IS),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이란, 러시아가 꼽혔다. 패자로는 쿠르드족과 이스라엘이 지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 이유로 ‘IS 격퇴’를 꼽았으나 많은 전문가들은 지극히 회의적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8월 시리아에 1만4500명의 IS 조직원이 남았다고 추산했다. 이들은 세력이 약화됐지만 극단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여전히 위협적이다. 시리아 북동부에 소수의 특수부대 병력을 둔 영국은 “미군 철군은 머지않아 IS의 대규모 재기를 부추겨 주변국을 테러의 공포로 밀어넣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미군 철군 소식에 미소지을 수밖에 없다. 반군을 지원해온 미국의 철수는 곧 자신의 권력이 한층 공고해짐을 의미한다. 시리아 동맹국인 러시아와 이란에도 호재다. 미군 철수로 두 나라는 시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외국군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중동 지역의 다른 동맹국에 대한 군대와 무기 지원 역시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리아 사태 개입으로 중동에서 존재감이 커진 러시아는 미군 철수로 앞으로 이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법에 대한 실질적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결정”이라는 논평을 바로 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에서 병력을 철수키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옳다”고 환영했다. 다만 “미군 철수의 징후는 아직 안 보인다”며 의구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다.

반면 미군 철수는 쿠르드족에겐 심각한 위기다. 미국은 IS 격퇴전에서 함께 싸운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터키는 쿠르드 민병대를 자국 내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 노동자당’의 분파 테러조직으로 보고 있다. 장애물이던 미군이 사라지면 터키의 대대적인 군사작전이 가능하다. 터키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결정은 최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으로부터 쿠르드 민병대에 관한 우려를 들은 이후 나왔다”고 부각시켰다. 반면 쿠르드 민병대는 “미군의 철수는 IS의 재기로 바로 이어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란과 대립 관계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도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의 공백은 중동 지역에서 이란과 충돌할 가능성을 더욱 높이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군 철군이 미칠 여파를 파악해 어떤 경우든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