놔두자니 지뢰밭이고 없애자니 대안 없고… 靑 ‘특감반 딜레마’

입력 2018-12-21 04:03
자유한국당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단장인 김도읍(오른쪽 두 번째)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진상조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나경원(오른쪽 세 번째)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 가능성을 언급했다. 뉴시스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제도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놔두자니 지뢰밭인데, 없애자니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특감반 사태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야권은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특감반 소속이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폭로로 민간 분야에 대한 정권의 정보수집 관행이 드러나면서 청와대는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김 수사관이 조 수석이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보고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특감반원이 민간 분야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은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특감반을 폐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국가정보원이 국내 정보 부서를 없애면서 특감반은 청와대의 유일한 정보 조직으로 남아 있다. 가뜩이나 청와대는 정권 초 국정원의 인사 존안자료를 사용하지 못해 인사 검증에 애를 먹었다. 민정수석 직속 특감반을 폐지할 경우 각종 형사정책 구상과 인사 검증, 고위공직자 비위 파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청와대는 현재 경찰 정보에 크게 의지하고 있지만 국정원에 비해 깊이가 떨어지고, 특감반에 비해선 신속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김 수사관이 근무한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감반을 폐지할 경우 민정비서관실 산하 특감반까지 모두 폐지해야 한다”며 “그럴 경우 대통령의 감찰권을 어떻게 행사할지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 특감반원들이 민간 분야 정보를 수집한 관행이 있던 건 사실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출범 직후 특감반원들은 민간 정보를 올리며 문재인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이는지 타진해 왔다”며 “그때마다 우리는 민간 정보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수사관은 자신의 비위가 드러나자 동료들과의 골프 사실을 공개하며 무마를 시도했고, 수포로 돌아가자 자포자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은 청와대 참모 고발,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및 국정조사, 특검 카드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한국당은 임 실장과 조 수석, 박 비서관, 이인걸 특감반장 4인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한국당은 고발장에서 “피고발인들은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다수의 민간인을 사찰해 직권을 남용했으며, 고위공직자 등이 연루된 비위 혐의를 보고받고도 아무런 감찰을 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가 전직 특감반원의 개인 일탈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면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즉각 국회 운영위를 열고 조 수석을 출석시켜 진위를 따져야 한다”며 “이것이 정치공세인지, 국조를 할 사안인지, 특검을 해야 할 사안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대중정부 시절의 ‘옷 로비’ 사건과 겹쳐 보이는 부분이 있다”며 “당시 실체적 진실은 별것 아니었지만 정권은 엄청난 치명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정두언 전 의원도 “6급 수사관 대 청와대의 대결에서 청와대가 좀 밀리는 형국”이라며 “조 수석은 결국 ‘미꾸라지’로 인해 불명예 퇴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준구 지호일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