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위 소득 차 7배로 벌어지고, 벌이보다 빚 더 빨리 늘었다

입력 2018-12-21 04:02
문재인정부 출범 후 약 10개월간의 소득주도성장 성적표가 나왔다. 결과는 엇갈린다. 정부가 주는 현금성 복지가 확대되면서 빈곤층 비중은 7년 만에 가장 낮아졌다. 하지만 정부의 세금 투입에도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했다. 빈곤층이 감소했는데도 상·하위 소득 격차가 7배까지 벌어졌다.

여기에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모두 ‘빚’에 신음하고 있다. 수입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더 빨랐다. 그 사이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나랏돈을 풀어서라도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분배지표는 일부 개선됐다. 이번 통계는 지난해와 올해 3월 말까지의 가구 경제 상황을 조사한 결과다. 평등과 불평등 사이를 0~1로 구분 짓는 지니계수는 0.355로 전년과 같았다. 1년 사이 불평등 정도가 더 심해지지 않았다. 전체 인구 중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 빈곤선(연 1322만원) 이하인 계층의 비중도 17.4%로 2011년(18.6%) 이후 가장 낮았다.

분배 지표가 좋아진 배경에는 정부 정책효과가 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후 기초연금 확대 등으로 소득을 올려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공공기관 등에서 개인에게 지급되는 소득(공적이전소득)에 대한 지니계수(시장소득-처분가능소득)가 지난해 0.051로 전년(0.047)보다 증가했다. 소득 하위 20%(소득 1~2분위)의 지난해 소득 가운데 공적이전소득 비중이 가장 컸다.

그러나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해 소득 5분위배율(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차이)은 7.00배로 2016년보다 0.02배 증가했다. 정부가 빈곤층에 직접 돈을 투입하는 데도 고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소득 양극화는 올해 3월 말 기준 순자산(자산-부채) 규모에서도 드러난다. 5분위(상위 20%)의 순자산은 7억3701만원으로 1년 새 9.0% 늘었다. 1분위(하위 20%)의 순자산은 1억1753만원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하는데 그쳤다. 총 순자산에서 5분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대비 0.5%나 뛰었지만, 1~2분위(소득 하위 40%)는 동일하거나 줄었다.

더 큰 문제는 가계 부채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모두 소득보다 빚이 더 빨리 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부채는 7531만원에 이르렀다.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이와 달리 소득은 4.1% 느는데 그쳤다. 세금 등을 내고 난 다음에 쓸 수 있는 돈을 말하는 처분가능소득은 가구당 평균 연간 4668만원인데, 이 또한 전년 대비 3.3%만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경제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40대 가구의 부채가 전년 대비 14.6%나 증가했다. 40대 가구는 평균 9896만원의 부채를 갖고 있었다. 이어 30대의 부채가 13.8%, 60대가 3.6% 늘었다. 직업별로는 상용직 근로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 여유가 있어 빚이 9.1% 늘어난 데 비해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14.0%나 빚을 더 냈다.

한편 국민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가구당 비소비지출(세금, 공적연금, 이자 등)은 연 1037만원으로 전년 대비 8.2% 뛰었다. 이 가운데 가구당 평균 세금지출은 연 342만원으로 전년 대비 11.7% 늘었다. 2012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공적 연금 수혜가구의 확대로 빈곤가구의 소득이 개선됐다. 다만 상·하위 20% 가구의 상대적 격차는 다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