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사실혼을 가족 범위에 포함하는 안을 추진한다. 동거가족이나 1인 가구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여가부는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건강가정기본법’을 전면적으로 고치겠다고 보고했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가족 형태의) 차이가 다양성으로 포용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면 가족이란 범주를 좀 더 현실화하고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규정한다. 여가부 안은 ‘혼인·혈연·입양’에 ‘사실혼’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내용의 법 개정안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발의해 놨다. 여가부와 남 의원은 법 이름도 건강가정기본법에서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바꾸려 한다.
건강가정기본법의 가족 개념이 바뀌는 걸로 실생활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민법 등에서의 가족 개념이 더 폭넓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가족 개념에 변화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사실혼의 인정은 상징적 의미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 과정에서는 민법 등 다른 법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피부양자를 지정하거나 건물을 임차할 때, 출산휴가를 쓰는 경우 건강가정기본법이 아닌 다른 법이 적용되고 있다. 이정신 여가부 가족정책관은 “다른 법의 가족 개념까지 개정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보호자나 상속자 지위를 정하는 데 있어 사실혼이 악용될 소지도 지적된다.
전문가는 사실혼 인정이 시대 흐름을 따르는 수순이라고 평가한다. 송효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령, 성별에 상관없이 다양한 유형의 가족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가족을 정책 대상에서 배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미 유족연금에서 사실혼 관계를 인정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거가구, 1인 가구 인정이 저출산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시각도 있다. 류만희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외국, 특히 유럽에선 사실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기본권을 모두 보장해준다”며 “출산율 제고의 필요성 관점에서 봤을 땐 당연히 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했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4일 연 포럼에서도 혼외 출생자에 대한 불합리한 구별을 폐지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종교계 등에서 전통적 가족 형태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 강해 법 개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여가부는 한편 미혼모, 한부모가족 자녀의 양육비 지원 금액을 현재 월 13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고 지원 대상 연령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8세 미만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혼한 배우자의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기 위한 제재조치도 마련한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정부, 혼인·혈연·입양이라는 가족 범주에 ‘사실혼’ 추가 방침
입력 2018-12-2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