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전격 발표하면서 자국은 물론 동맹국들에 큰 충격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에 승리를 거뒀다”며 ‘셀프 승전’을 선언했다. 이어 “우리는 IS를 처참하게 무찔렀고 영토를 되찾았다”며 “우리의 군대는 지금 모두 조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면 철수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 이내, 로이터통신은 60∼100일 사이에 완전 철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쿠르드·아랍 연합군으로 구성된 ‘시리아 민주군’은 이날 백악관이 철군 개시 사실을 확인하기 직전에도 IS와 몇시간 동안 교전을 벌였다고 이라크 쿠르드 매체 루다우가 전했다.
미 언론은 기습 철군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플레이’라고 보도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모든 외교안보 참모들이 만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꺾지 못했다.
참모들은 세 가지 이유를 대며 설득에 주력했다. 미군이 시리아에서 손을 떼면 중동 지역에서 반미 국가인 러시아와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IS가 힘을 잃은 것은 맞지만 완전히 격퇴되지 않아 부활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마지막으로 철군은 미국을 도왔던 쿠르드 민병대를 배신하는 것처럼 비쳐 아프가니스탄 예멘 소말리아 등 분쟁지역에서 민병대와 협력하는 것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조언들을 묵살했다.
우방국들과의 사전논의도 없었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는 상의 없이 사전통보만 했다고 보도했다. 나머지 중동 국가들은 어떤 언질도 받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터키가 쿠르드 민병대를 겨냥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것이 철군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다. 터키군이 쿠르드 민병대를 공격할 경우 미군 피해를 우려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스캔들’로 사면초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한 정치적 의도로 ‘철군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는 약 2000명의 미군이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 중이다. 미군은 IS 격퇴를 위해 국제 동맹군을 이끌면서 쿠르드 민병대가 주축인 시리아 민주군에 군사훈련을 지원했다. 미국은 2015년 11월 특수부대 50명 파견을 시작으로 전투병을 단계적으로 늘려왔다.
영국과 프랑스는 미군 철수에 반발했다. 개빈 윌리엄스 영국 국방장관은 시리아에서 IS를 격퇴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틀렸다고 말했다. 또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20일 “미국이 빠지더라도 시리아에 남아 IS 격퇴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미 공화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트럼프에 우호적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오바마 같은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철군 결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미국은 중동의 경찰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트윗을 올렸다. 이어 그는 “이제는 다른 나라들이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리아 철군은 주한미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정하는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를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못말리는 트럼프 “시리아서 승리… 전면 철군” 단독 플레이
입력 2018-12-21 04:05 수정 2018-12-21 0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