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경제 성장세가 강력하다(Strong)”며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이를 지켜보는 한국 경제의 표정은 어둡다. 쌓일 대로 쌓인 가계부채의 이자가 더욱 커지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좁아졌던 두 나라의 기준금리 차이는 0.75% 포인트로 원상 복귀됐다. 외국인 자금 유출의 불안감이 조금 더 커지자 정부와 한은은 회의를 열고 실물·금융에 미칠 영향을 긴급 점검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일(한국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2.00~2.25%에서 2.25~2.50%로 올렸다. 3월, 6월, 9월에 이어 올해에만 네 번째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호황기를 지나고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지난달 열린 FOMC에서 ‘하락세’로 설명했던 실업률은 이번에 ‘낮은 수준 지속’으로 표현됐다. 소비지표 평가는 “가계지출이 강한 증가세를 지속한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희소식만은 아니다. 미국의 금리는 양이나 질에서 한국 경제의 최고 불안요소인 가계부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지난 9월 말 1514조4000억원으로 불었다. 가처분소득의 1.6배에 이르는 규모다.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득보다 빚이 빨리 늘고 있다. 2014년 이후 소득 증가세가 빚 증가세를 압도한 분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을 안고 있는 가계의 이자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한국 기준금리는 시차를 두고 따라 오르는 경향을 보이는데, 금융회사의 대출금리는 시장 논리에 따라 먼저 인상되곤 한다. 지난 3월부터 미국이 거듭 기준금리를 올릴 때 한국 기준금리는 지난달까지 움직이지 않았지만, 코픽스(COFIX·자금조달지수)는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도 코픽스가 오르면서 은행권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높아진 금리에 따른 이자 직격탄은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를 먼저 겨냥한다. 한은에 따르면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100%를 넘는 대출자(차주) 가운데 취약차주의 비중은 2015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소득을 전부 빚 갚는 데 쓰는 이들 가운데 ‘고위험군’은 점점 증가하는데, 금융회사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다. 취약차주들은 신용대출, 비은행권 대출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또한 이번 FOMC는 ‘내년에는 미국 경제마저 알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종전까지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에서 3.1%로 표시됐던 미국의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는 2.9%로 하향 조정됐다. 시장이 세 차례로 예상했던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2차례로 줄어든 셈이다.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잡으면서 기준금리 인상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점도표 의미를 과장하면 안 된다”고 언급했지만 국제적 반응은 그렇지 않다. 당장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은 “연준의 금리전망 하향 조정은 미 경제 성장세 둔화를 반영하는 측면인 만큼 앞으로 글로벌 경기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1514조 한국 가계부채 부담으로 옮겨 붙는 ‘미 연준의 자신감’
입력 2018-12-2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