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도 못 나갔다”… 이재웅, 혁신성장 아쉬움 토로하며 떠나

입력 2018-12-20 19:37
사진=뉴시스

공유차량업체 쏘카 이재웅(50·사진) 대표가 정부의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 대표는 “한 발짝도 못 나갔다”라며 정부의 혁신성장을 에둘러 꼬집었다. 5개월간 혁신성장본부가 가동됐지만 가시적인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비판 섞인 자성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대표 사임을 계기로 혁신성장본부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새로운 경제팀은 새로운 분과 함께 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려고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 8월 김동연 전 부총리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으로 일했다. 포털업체 다음을 만든 국내 정보기술(IT) 창업 1세대라는 점에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정부 측 공동본부장은 고형권 전 기재부 1차관이 맡았고, 기재부 등 정부부처 인력이 혁신성장본부에 투입됐었다.

이 대표는 “공유경제는 소득주도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성장 정책인데 아무런 진전을 만들지 못해 아쉽다”며 “혁신성장으로 피해를 보는 분들을 위한 합리적 대책을 전달하려 노력했으나 그것도 한 발짝도 못 나가서 아쉽다”고 했다. 이 발언은 최근 불거진 ‘카카오 카풀 사태’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카풀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택시업계와의 갈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한 걸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는 사의를 밝히는 글과 함께 삽화도 올렸다. 한 남자가 반대편에 앉은 남자로부터 받은 제안서를 거절하는 장면이다. 그림 아래에는 ‘당신의 제안은 혁신적이지만 난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나는 지금 실패하고 있는 이 절차가 더 편하다’는 문장이 붙어 있다. 각종 규제혁신 추진 과정에서 번번이 기득권 벽에 부딪혀 실패했던 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 대표의 사의를 수용했다. 그는 이날 ‘자영업 성장·혁신을 위한 현장소통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로 역할을 많이 해줬다. 나름대로 일하면서 진전이 더뎌 거기에 안타까움이 표현된 건지 모르겠다.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혁신성장본부의 구조 개편도 이뤄질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지금 혁신성장본부는 기재부 공무원들이 겸임하는 구조로 돼 있어 내년에도 (이 조직을) 가져갈 수 있는지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인력을 별도로 확보해서, 가려면 제대로 가게 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보다 규모를 줄이더라도 혁신성장본부 업무만 맡을 수 있는 공무원을 확보해야 지속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