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인기 ‘액체괴물’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

입력 2018-12-21 04:04
사진=게티이미지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액체괴물’(원하는 모양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물렁물렁한 촉감의 장난감·사진)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쓰였던 성분이 검출됐다. 정부는 해당 제품을 리콜 조치했다.

정부는 정확한 유해성 정도와 상관없이 사용 자체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호흡기로 직접 흡입하지 않는 이상 큰 유해성은 없다고 판단한다.

국가기술표준원은 20일 “지난 10월부터 어린이·생활·전기용품 46개 품목의 1366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74개 업체의 132개 제품을 리콜 명령했다”고 밝혔다.

리콜 대상에는 어린이 장난감인 액체괴물 76개 제품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73개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유독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론(CMIT), 메틸이소티아졸론(MIT)이 검출됐다. 두 물질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액체를 포함하는 완구류 및 학용품에 사용이 전면 금지돼 있다.

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액체괴물에서 검출됐을까. 실마리는 두 물질이 ‘보존제 역할’을 한다는데 있다. 두 물질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보존제 성분이다. 대부분의 액체괴물은 영세 사업자들이 제조한 뒤 문구업체에 납품한다. 유통 과정에서 제품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보존제를 사용한다. 어떤 보존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언제든지 검출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두 물질을 호흡기로 직접 흡입하지 않은 이상 큰 유해성이 없는 만큼 무작정 제품사용을 금지하는 건 ‘무리한 행정’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두 물질을 호흡기로 장기간 흡입하면 치명적 문제가 나타나지만, 단순 피부 접촉 정도로는 큰 문제가 없다. 단순히 제품에 들어갔다고 리콜하기보다 호흡기로 흡입할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달리 정부는 해당 물질의 유해성을 호흡기 흡입이나 피부 접촉 여부에 따라 따지지 않고 있다. 위험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검출 자체만으로도 유통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두 물질은 농도를 떠나 어린이용 제품에서 아예 검출되면 안 된다. 소비자들이 조심스럽게 제품을 이용토록 위험성을 환기하는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