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블비’ 감성 입은 트랜스포머… 이 감동, 얼마 만인지 [리뷰]

입력 2018-12-21 00:10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리부트 겸 프리퀄(원작 이전의 이야기) ‘범블비’의 한 장면. 미국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가 매긴 이 영화의 신선도 지수는 만점인 100%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로봇으로 변하는 자동차라니! 2007년 우리가 처음 마주했던 영화 ‘트랜스포머’는 얼마나 기발했던가. 하지만 이어진 속편 4편에서는 그 이상의 새로움을 찾기 어려웠다. 요란하게 때려 부수는 스토리가 전부였으니, 아무런 성찰 없는 동어반복은 진부함만을 남겼다.

나락으로 향하던 시리즈가 극적인 부활을 고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범블비’를 통해서다. 인간적인 오토봇(autobot·트랜스포머 종족 가운데 선한 세력) 범블비의 탄생 스토리를 다룬 시리즈의 리부트(reboot·재창작) 작품으로, 시간대는 1편보다 앞선 1987년을 배경으로 한다.

‘범블비’의 중심 소재는 로봇과 소녀의 우정이다. 포악한 반대세력 디셉티콘과의 전쟁으로 오토봇의 행성 사이버트론이 붕괴된 상황. 지구로 피신 온 범블비(딜런 오브라이언)는 그를 뒤쫓은 디셉티콘의 공격으로 목소리와 기억을 잃은 채 소녀 찰리(헤일리 스테인필드)의 차고에 숨어 지내게 된다.

이 영화가 앞선 다섯 편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감성’이다.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존재감이 여실히 발현된다. 다시 말해 공상과학(SF) 영화에서도 인간과 생명에 대한 살가운 시선으로 대중적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그만의 주특기가 시리즈와 완벽하게 맞물린 것이다.

범블비의 음성을 대신하는 컨트리 음악이나 클래식카의 비주얼에서 80년대 감성이 물씬 묻어난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동글동글 귀여운 생김새를 한 범블비는 특유의 천진함과 사랑스러움으로 줄곧 웃음을 준다. 범블비의 엉뚱함이나 배우들의 호흡으로 빚어진 깨알 같은 유머는 영화의 빈틈을 채운다.

변신 로봇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다채로운 액션신은 여전히 시원시원하고 파워풀하다. 명확하게 구분되는 선악 구도나 가족애를 강조하는 귀결은 다소 전형적이지만,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은 섬세한 연출로 스토리텔링을 완성하고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 성공한다. 이 시리즈의 미래가 다시금 기대되는 이유다. 114분. 12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