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에서 만난 하나님, 그 담백한 신앙고백

입력 2018-12-21 00:01

길을 걷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나님이 정말 나와 동행하실까.’ 엉뚱한 상상이지만 오랜 시간 신앙생활을 한 성도라면 이런 의문을 가졌을 법하다. 저자도 비슷한 궁금증을 가졌다. ‘진짜 나와 동행하실까,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까.’ 책에는 평범한 일상에서 실제로 하나님을 만났던 저자의 신앙고백이 담백한 문체로 담겨 있다.

백미는 ‘코끼리 문방구’에서 주님을 만난 이야기다.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했던 저자는 어릴 때 도벽이 있었다. 초등부 예배를 마친 뒤 집 앞 코끼리 문방구에 들렀던 그날도 ‘목표물’을 살피다 스프링 수첩을 주머니에 쑥 넣었다. 그 순간 문방구 주인이 저자를 번쩍 안아 들었다. ‘걸렸구나. 엄마가 학교도 안 보내면 어쩌지.’ 벌벌 떨던 저자의 귓가에 스친 한 마디, “미로야, 이러면 안 되지.” 화를 낼 줄 알았던 주인아저씨가 의외로 부드럽게 말했다. 그런 느낌도 잠시, 저자는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그리고 16년이 지난 어느 날 부흥회에 참석한 저자는 익숙한 장면을 보게 된다. 데자뷔(기시감)였을까. 예배당 앞쪽에 앉은 어떤 사람이 어린 아이를 안고 있었다. 아이의 손엔 작은 수첩이 들려 있었다. 그때 그 사람이 아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절대 들릴 리 없는 귓속말이 저자에게까지 전해졌다. “미로야, 이러면 안 되지.” 16년 전 그날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내가 그때 너를 찾아갔었노라”는 음성까지 전해졌다. 주님은 너무나도 평범한 순간 저자를 불쑥 찾아갔던 것이다. 일상 속에서 주님을 만난 저자의 에피소드들이 유쾌하면서도 가슴 찡하게 울린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