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당역에서 남부순환도로를 따라 김포공항 방면으로 1.3㎞ 지점에 이르면 시냇가푸른나무교회(신용백 목사)가 보인다. 남부순환도로는 197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 변두리 외곽순환도로였으나 서울이 확장되면서 남부 서울의 중심도로가 됐다. 당연히 녹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데 도로 언덕에 자리한 교회에 이르면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 진다. 수백 년 된 소나무 30여 그루가 예배당과 교육관을 감쌌고 그 나무 밑으로 포도나무 무화과 종려나무 살구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 외에는 성서에 나오는 수종이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에 함박눈이 내렸다. 그리고 눈이 그치자 도시는 질퍽한 민낯을 드러냈다. 그 시각 시냇가푸른나무교회 소나무는 푸른 솔잎에 흰모자를 썼다. 삭막한 도심의 진풍경이다. 이 교회는 1969년 설립된 이래 많은 이들이 믿음 안에서 고락을 같이했다.
지금 시냇가푸른나무교회는 3000여명이 모이는 중대형 교회에 속한다. 이 교회가 추구하는 예배, 말씀, 기도, 전도, 삶의 증거, 다음세대 등의 가치가 축복의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이자면 나무를 통한 축복이다. 나무십자가의 정신이 나무식재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나무식재는 2009년 신용백 목사가 부임하면서 본격화됐다. 신 목사는 국방부 군종실장을 역임한 군목 출신이다.
“대령 때 산에 버려진 나무를 잘라 나무십자가 250여개를 만들었어요. 그 중 하나가 지금 우리 교회 베들레헴 예배실에 걸려있습니다. 나무만큼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어디 있습니까. 취미 성별 나이 직업에 관계없이 나무와의 접촉을 통해 평안을 얻어요.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 성서에 나오는 소나뭇과의 백양목이나 우리의 살구나무 등을 접해볼 수 있는 교회 환경이 됐으면 했어요.”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담을 허무는 일이다. 나무가 경계가 되면 소통이 원활해진다. 신 목사 부임 당시 교회 담과 맞대고 있는 이웃이 예배가 시끄럽다며 민원을 내곤 했다. 신 목사는 “6개월 안에 아름다운 음악이 들리는 당신만의 정원을 만들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민원인으로서는 가당찮은 소리였다.
4개월 후. 민원인을 위한 정원이 정말로 만들어졌다. 신 목사는 교회 유리창을 바꿔 소리를 최소화했다. 그리고 그 유리창으로 교회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꾸몄다. 소나무와 각종 성서식물이 가득한 벤치가 있는 정원이었다. 이 민원인은 지금 교회 집사가 됐다.
이후로도 교회 정원수 식재 작업은 계속됐다. 수령 200년 이상의 소나무가 실려 왔다. 생채기가 있거나 노거수가 많았다. 도로확장 등으로 잘려나가기 직전의 적송 등을 거두어 교회로 옮긴 것이다.
교회가 나무를 심자 교회와 마주한 이웃이 나무가 잘 자라도록 철조망과 담을 걷어냈다. 심지어 교인의 출입이 용이하도록 통로를 열어주는 이웃도 생겼다. 교회에 출석하는 청소년들도 생겼다.
“산하 여기저기를 파헤치면서 수많은 나무가 버려집니다. 아니면 부잣집 정원수로 독점되고요. 그 나무를 그냥 실어가라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나무가 살아야 창조물인 인간도 삽니다. 나무는 메신저예요. 100t 크레인을 동원해 나무를 식재한 적도 있어요.”
충북 괴산에선 500여년생 느티나무를, 전북 무주 도로건설 현장에선 6·25전쟁 때 폭탄을 맞아 생채기가 난 소나무를 옮겼다. 500여년생 느티나무는 경기도 양평 교회수련원 ‘숲속작은나라’에 식재됐고, 폭탄 맞은 소나무는 휘어진 모양 그대로 심어져 교회 문이 되었다. “나무는 토양 기후 방향이 맞아야 잘 자랄 수 있고 옮기면 다시 한 살이 된다”고 신 목사가 말했다.
양평 수련원의 1만3000㎡ 숲은 나무 천국이다. 이식된 팽나무 등 수백 년 아름드리가 수십 그루다. 생태적 먹거리, 쉴거리, 볼거리를 찾겠다는 목표 아래 15년 계획의 친환경 수련원 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성도들은 성서 나무로 둘러싸인 교회와 흙길로 조성된 ‘숲속작은나라’를 자랑으로 여긴다. “제가 가장 행복한 때가 400여명에 이르는 교회학교 학생들이 교회 나무 그늘 아래서, 수련원 숲에서 뛰놀 때입니다. 이들이 누구입니까. 현존하는 미래가 아닙니까. 다음세대인거죠. 그들이 성령 안에서 영성을 쌓고 있어요.”
글·사진=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성서의 나무들로 둘러싸인 도심의 ‘나무 천국’
입력 2018-12-21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