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靑, 민간인 마구잡이 사찰”… 靑 “비위 혐의자 주장 불과”

입력 2018-12-20 04:00
자유한국당이 19일 공개한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첩보 리스트 중 일부.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 문건 리스트를 19일 공개하고 언론, 대학교수, 기업인, 야당 정치인 등에 대해 청와대가 전방위적 사찰을 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임의로 보고서를 작성했고, 상당수는 윗선에 보고된 적이 없다며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대대표는 국회 의원총회에서 김 수사관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작성한 107개의 감찰 보고서 목록을 공개했다. 한국당은 이 가운데 11건을 민간인 정보수집 등 문제의 문건으로 지목했다. 나 원대대표는 “김 수사관이 컴퓨터에 작성한 목록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트에는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비위 관련 동향’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의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 정황’ ‘이명박정부 방송통신위원회가 황금주파수 경매와 관련해 SK 측에 특혜를 제공한 동향’ 등 야권 인사들을 겨냥한 내용들이 포함됐다. 또 ‘조선일보 취재 동향’ 등 언론 사찰로 의심되는 보고서와 ‘전성인 홍익대 교수의 VIP(대통령) 비난’ 등 민간인을 소재로 한 보고서도 있었다.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금품수수 의혹 및 고건 전 총리 아들의 비트코인 관련 사업 동향 보고서도 첩보 목록에 담겼다. 나 원내대표는 “이 리스트들만 보면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마구잡이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의 직속상관이었던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한국당이 공개한 11개 가운데 10개의 문건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비서관은 이 가운데 4건을 자신이 보고받았고, 그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관련 등 3건은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4건은 특감반장까지만 보고받은 뒤 폐기됐고,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대통령을 비판한 동향 등 나머지 2건은 누구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박 비서관은 “김 비서관이 지난해 7월 작성한 코리아나호텔 배우자 건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가 홍준표 한국당 후보의 대선자금 모금 시도를 했다는 건은 김 수사관이 특감반에 정식 임명되기 전”이라며 “김 수사관이 이전 정부의 민간 첩보 수집 관행을 못 버리고 특감반장에게 보고했다가 제재를 받았고 보고서는 폐기됐다”고 설명했다. 경고를 받은 이후 김 수사관은 1년여간 업무를 벗어나는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김 수사관은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 자리에 지원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다시 민간 영역 첩보를 보고했다. 박 비서관은 “이런 첩보는 보고조차 되지 않고 폐기됐다”고 강조했다.

박 비서관은 우 대사와 관련된 보고에 대해 “보고서는 인사검증에 참고하도록 민정수석에게 전달했다. 이는 반부패비서관실의 업무가 맞다”고 설명했다. 박 비서관은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 보고서는 고위 공직자 두 분이 갈등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 특감반의 고유 권한에 따라 사실 확인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청와대가 김 수사관을 고발하면서 진상규명의 키는 검찰로 넘어갔다. 서울중앙지검은 고발장 접수 몇 시간 만에 사건을 공무원 비위 수사 부서인 형사1부(부장검사 김남우)에 배당했다. 검찰은 김 수사관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환 지호일 조민영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