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를 두고 연일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합의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은 “합의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합의정신을 저버렸다”며 한국당을 비난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여야 간 신경전이 계속 이어질 경우 재차 단식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여야 간 핵심 쟁점은 지난 15일 5당 원내대표 합의문상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문구다. 이와 관련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국민일보와 만나 “검토한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가 무엇이냐. 어떤 사실을 분석하거나 따진다는 뜻이지 수용한다는 뜻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중요한 사안을 어떻게 검토조차 안 해보고 채택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나머지 정당들은 ‘구체적’ ‘적극’ 등의 표현과 합의문상 문맥 등을 근거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는 여야가 합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 원내대표가 처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제가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자’는 표현으로 역제안을 했고, 나 원내대표도 여기에 동의해 합의문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과연 내가 단식을 중단한 게 잘한 일인가 회의가 든다”며 “지금 벌어지는 여러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거취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여야 합의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여야 합의는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공감 위에서 세부 방안을 정개특위에서 논의하자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합의문에 ‘비례대표 확대, 비례·지역구 의석 비율, 의원 정수(10% 이내 확대 여부 포함해 검토),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 등에 대해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다는 얘기다. 평화당도 여야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합의했다는 전제 하에 국회 본관 앞 천막당사를 17일 만인 이날 철거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두고 한국당이 고립되는 모양새이지만 합의문 내용만 놓고 보면 한국당 주장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여야가 5당 원내대표 합의 당시 손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출구전략이 마련된 합의문을 내놓고 서로에게 유리한 해석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개특위에서 논의될 의원 정수 확대 문제를 놓고도 여야 입장차가 극명해 논의가 진전될지 미지수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은 “의원 세비 동결이나 감축으로 의원 정수 확대를 국민들에게 설득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국민 다수가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개특위 합의에 따르겠다”는 애매한 입장이다.
이종선 이형민 신재희 기자 remember@kmib.co.kr
‘검토’ ‘적극’ ‘구체적’… 합의문 단어 아전인수 해석 중인 정당들
입력 2018-12-2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