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력한 공급 신호… 중장기 집값 안정 기대

입력 2018-12-20 04:03
국토교통부는 19일 경기도 남양주 왕숙지구, 하남 교산지구, 과천 과천지구,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 4곳을 3기 신도시로 지정하는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인 남양주 진건읍 일대. 뉴시스

정부가 19일 3기 신도시 4곳을 비롯한 택지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후보지 주민과 투자자, 공인중개업자 등은 각자 이해득실을 따지며 분주히 움직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서울에 인접한 대규모 택지공급에 따라 장기적으론 시장 안정을 전망하면서도 개별 후보지별 공급 분산 효과 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일단 정부가 대규모 신도시 조성으로 시장에 명확한 공급 시그널을 보낸 만큼 9·13 대책 이후 집값 안정세가 한층 견조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대출과 세금 규제 등 수요 압박에 이어 공급 처방까지 시작됐다. 특히 도심과 외곽에 걸쳐 동시다발로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시장에 비교적 강한 ‘공급 신호’를 보내 안정세가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및 수도권 주택시장은 9·13 대책 후 거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신도시급 대규모 공공택지 입지가 공개돼 내 집 마련 대기수요자의 불안감도 점차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택 대량 공급 시그널 자체가 중장기적인 집값안정 효과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함 랩장은 또 “금융, 세제, 청약 등 강력한 수요억제책이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내년 주택시장은 저성장 모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보지역 여론은 일단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우세하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아무래도 신도시 조성은 집값 상승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에 투자문의 전화가 평소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인천 계양구의 중개사무소 역시 “집주인들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하락은 없다’는 기대감이 지배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신도시 수혜보다 교통 혼잡이나 공급량 확대에 따른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상업지구나 산업단지 등 배후수요 부족, 구체적인 교통대책 미비 등으로 인해 여전히 부침을 겪고 있는 2기 신도시처럼 시행착오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급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아직 2기 신도시가 분양 중이고 개발 안 된 땅도 있는데 이를 해소할 교통망 추가 신설 등이 함께 언급되지 않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김포신도시와 계양, 다산신도시와 남양주 등 2기와 3기 신도시가 인접해 있는 경우 교통 혼잡이 불 보듯 뻔하다”며 “추가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도 과천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미 인접한 강남 수준으로 가격이 뛴 단지도 많아 각종 인프라 등 신도시 흥행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기존 주민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반감이 더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신도시 조성에 따라 상대적 박탈감이 큰 원주민들의 반발이 우려되는 만큼 추진 과정에서 이들에게 돌아갈 혜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공급 확대를 환영하면서도 교통 문제 해결과 자족기능 충족이 결국 3기 신도시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만의 ‘베드타운’이 돼선 큰 의미가 없다”며 “신혼부부, 젊은 직장인들이 최대 수요층인 만큼 단순히 광역교통망 확충에 그치지 말고 학교, 병원 등 기반시설 동시 조성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