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대북 인도적 지원에 문제가 없도록 미 국민의 북한 여행제한 조치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작심하고 내놓은 유인책으로 해석된다.
비건 대표는 19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초 미국의 지원 단체들과 만나 적절한 대북 지원을 더욱 확실히 보장할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특히 이번 겨울에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미 국민이 지원 물품을 전달하고 국제 기준의 검증을 위해 북한을 여행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유예 또는 완화하겠다는 의미다. 비건 대표는 “북한에서 활동하는 많은 인도 지원 단체들이 엄격한 제재로 인해 종종 적절한 지원이 지연된다고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다음 주 워싱턴으로 복귀하면 민간·종교 단체의 대북 인도 지원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는 한국에서 외교부 통일부 등 관계 부처 인사들을 연쇄 면담한 뒤 22일 떠난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북한을 향해 던진 유화 메시지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인도적 대북 지원과 이를 위한 미 국민의 방북 금지 해제를 통해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미리 준비해온 원고를 손에 들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가 빨리 이뤄지면 국제사회의 제재도 빨리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조치만 이행된다면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를 즉각 단행할 수 있다는 시그널로 이 역시 비건 대표의 방한 시점에 맞춰 나왔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과 대화는 계속 진행 중”이라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우리의 목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북한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국제사회가 제재 이행에 단합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제재 해제가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비핵화 이후 신속한 제재 해제를 강조했다.
비건 대표의 방한에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그가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를 만날지 여부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발표할 것은 없다”고 피해갔다.
권지혜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hk@kmib.co.kr
비건 “내년 초 美 국민 북한 여행하는 문제 재검토할 것”
입력 2018-12-19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