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 참사] “무자격업자 4만명” 부실시공·옮겨달기 땐 가스보일러도 ‘흉기’

입력 2018-12-20 04:01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도 강릉시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19일 사고 원인 분석을 위해 보일러와 연통 등을 수거해 가고 있다. 작은 사진은 사고 펜션에 설치된 보일러 모습. 경찰은 보일러 몸체와 어긋나 있는 연통 연결 부위(빨간 원)에서 일산화탄소가 누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강릉=권현구 기자

강원도 강릉 펜션 사고의 원인으로 ‘일산화탄소 중독’이 지목되면서 가스보일러에서도 유해 가스가 샐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들은 부실하게 시공됐을 경우 가스보일러도 연탄 난방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가스보일러 사고로 14명이 사망했고 35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의 72%(17건)는 배기통 이탈 등으로 유해 가스가 제대로 외부로 배출되지 못해 중독으로 이어진 게 원인이었다. 강릉 펜션에서도 연통 연결에 문제가 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고를 수사 중인 펜션사고수습대책본부는 “1.5m 높이의 가스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일러 업계에서는 가스보일러도 연통 연결 부위에 틈이 생길 경우 연탄가스만큼 위험한 가스가 유출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전국보일러설비협회 마포지회 관계자는 “가스보일러 자체는 가열센서, 온도센서, 동파방지기능 등이 있어 연탄보일러보다 안전하고 사고율이 낮지만 연통이 빠질 경우는 감지가 불가능해 목숨을 잃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주거용 가스보일러의 설치·검사 기준’에 따라 시공을 하면 유해가스가 내부로 새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보일러와 배기구 접속부는 내열 실리콘으로 마감처리를 해야 한다. 연통 자체를 밴드로 한 번 조이고, 접속부분을 끼우면서 실리콘으로 한 번 더 감싸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도 잘 견딜 수 있다. 한국열관리시공협회 관계자는 “설치기준에 따라 내열 실리콘으로 마감처리를 잘했다면 외부 충격이 있더라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가스보일러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건 무자격업자에 의한 부실시공 탓일 가능성이 크다. 열관리시공협회는 현재 무자격업자가 전국에 4만여명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 저렴하게 시공할 수 있어 이들을 찾는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마진을 남겨야 하는데 보일러는 가격이 정해져 있으니 시공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유인한다”며 “무자격업자가 시공하더라도 자격을 갖춘 시공 등록업체에 고용되는 방식이므로 적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공사에서 보일러 위치를 바꾸는 과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서울 강서동부지역 보일러설비업체 관계자는 “인테리어 업자가 보일러를 임의로 옮겨 달기도 하는데 이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강릉 펜션은 지난 7월 게스트하우스에서 업종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동명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가스보일러 사고를 막으려면 업자나 사용자가 수시로 가스보일러 점검을 받고, 보일러 수명을 체크해 교체·보수 주기를 파악하는 등 안전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