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는 ‘기울어진 운동장’… 정치 입김 없애야

입력 2018-12-19 19:19

20일로 발효 4년차를 맞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FTA 발효 이후에도 그대로다. 반면 중국은 농산물을 앞세워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을 2% 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대중(對中) 수출 역시 ‘FTA 효과’에 물음표를 붙인다.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FTA가 아니더라도 잘 팔리는 반도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FTA가 ‘정치 논리’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올해 중국의 한국 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언제 상황이 역전될지 모른다. 산업계는 ‘사드 갈등’ 같은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FTA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대중 수출액은 150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2% 증가했다. 수출액만 놓고 보면 한·중 FTA가 발효된 2014년 12월 20일 이후 최대 규모다.

그러나 곳곳에서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9.7%로 일본(8.4%) 대만(8.4%)을 제치고 1위를 유지했다. 다만 한·중 FTA 발효 이전인 2013년(9.4%)이나 2014년(9.7%)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이와 달리 중국은 한국 수입시장에서 약진했다. 중국의 점유율은 2013년 16.1%, 2014년 17.1%에서 FTA 발효 효과가 나타난 첫해인 2015년 20.7%로 껑충 뛰었다. 올 들어 지난달 기준으로 19.7%를 찍었지만 FTA 발효 이전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치다. 점유율 상승의 공신은 가공식품이다. 중국산 한약재·주류 등 가공식품 수입은 FTA 발효 이후 26.4%나 늘었다.

FTA를 맺는 가장 큰 이유가 ‘수출 확대’인데, 수출에서도 큰 이득을 봤다고 보기 어렵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수출액은 전년 동기(1282억7000만 달러)보다 220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486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351억 달러)보다 135억6000만 달러 급증했다. 수출액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세계 시장에서 호황을 맞은 반도체가 차지한 것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한·중 FTA 효과를 깎아내린다. 중국의 대한(對韓) 투자 규모를 보면 이런 우려가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의 대한 투자는 올해 3분기 23억9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사드 갈등 여파가 남아 있던 지난해 3분기엔 6억1000만 달러로 2016년 3분기(17억 달러)보다 63.4%나 급감했다. 대조적으로 한국은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꾸준히 대중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한·중 FTA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너무 큰 편”이라며 “이를 해소해야 효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