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강릉 펜션 참사 후속조치로 고3 교실 학사관리를 전수조사하고 체험학습 안전 대책을 내놓겠다고 19일 예고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방치되는 고3 학생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사고가 터질 때마다 유사한 대책을 발표하고 여론이 잠잠해지면 유야무야되는 패턴은 반복돼 왔다.
교육부는 2016년 11월 18일 ‘수능 이후 학년말은 자기개발시기로’라는 제목의 고3 교실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에도 수능 이후 수험생이 방치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범정부 대책이라며 내놓은 것이다. 요약하면 정부부처 합동으로 고3 수험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대입이 마무리되고 연말·연초 분위기 속에서 학생 안전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 생활지도를 강화하라는 지침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부가 추진한 프로그램 대다수는 교사 인솔이 필요했다. 예컨대 2016년 당시 ‘책 그리고 인문학’ 전국 학생 축제를 참여 가능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는데 장소가 대구 엑스코였다. ‘법 체험 프로그램’의 경우 부산 솔로몬파크였다. 학교 현장에서는 고3 담임교사의 경우 정시 지원 상담 등으로 학생을 인솔할 여력이 없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학교 현실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나왔다.
이마저도 정권 교체 시기에 유야무야됐다는 평가다. 정부는 2016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확충하기로 했었지만 프로그램은 오히려 축소됐다. 교육부는 각종 체험프로그램에 학교와 학생이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학교 현장에 안내되는 프로그램 리스트 정도만 관리한다는 게 교육부 답변이다. 교육부가 19일 공개한 ‘2018년 수능 이후 부내·부내 협업 프로그램 및 행사’ 자료를 보면 “고3 교실에서 EBS 다큐멘터리 틀어줘라”로 읽힐 수 있는 내용들이다(표 참조).
교육부가 내놓은 협업 체험 프로그램은 모두 12개였다. 이 가운데 7개가 EBS 콘텐츠 소개다. 예를 들어 ‘EBS 다큐프라임 4·3 70주년 EBS 특별기획’ ‘EBS 극한 직업’ 등이다. 나머지 5개 중 하나는 교사용 프로그램(인성교육 프로그램 지도자료 지원)이다. ‘2018 대한민국 청소년 창업경진대회 본선’은 수능 직후 고3 교실과는 거리가 있으며 나머지도 초·중·고 전체가 참여하는 일반 행사를 긁어 모아놓은 것이다. 그동안 시늉만 한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대통령 공약사항이자 국정과제인 ‘유초중등교육 지방이양’에 따라 관련 업무에서 손을 뗐다. 시·도교육청에서 알아서 하고 교육부에는 계획만 제출토록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이미 교육청으로 권한이 이양된 사안이라도 교육부가 교육청 일로 생각하며 관리감독이 소홀히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수능 이후 학생이 방치되고 있지 않은지 전수 점검하겠다. 체험학습 명목으로 고교생끼리 장기 투숙하는 여행이 있는지도 신속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016년 대책을 만들 당시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수능 후 高3 프로그램’ 사고 터질 때마다 부랴부랴 졸속 대책
입력 2018-12-20 04:00